"'옛날보다 군대가 편해졌다'고 하지만 복무중인 사병들이 100% 수긍하기란 힘들죠. 군대는 여전히 군대니까요".
"병영이 많이 바뀐 줄 안다"고 묻자 부대 한 장교는 이렇게 말했다. 시설.복지제도가 개선됐지만 '상명하복'이라는 군대 특성은 변할 수 없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지난 7일 포항에 위치한 해군 6항공전단을 찾았다. 기대했던 함정대신 넓은 활주로와 항공기가 눈에 들어왔다. 우리나라 해군내에서 유일하게 항공기(대잠초계기)를 운용하는 이 부대는 하늘에서 해상경계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장교, 사병들을 만나 요즘 병영 생활에 대해 들어봤다.
▲ '통제'에서 '자율'로
이층 침대와 깔끔한 철제 관물함, 내무실마다 비치된 냉장고와 TV, 커피라도 한 잔 하고 싶은 탁자…. 6항공전단의 내무실은 대학 기숙사를 연상케 했다. 내무반 하면 떠오르는 고정관념을 확 깼다.
안내를 해준 이로운(정훈과장) 대위는 "예전 10여 평 내무실에 12~14명의 장병들이 생활했지만 이제는 10명이 16평 공간에서 넓게 생활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PC방까지 갖춘 이 건물은 지난 해 11월 완공돼 450여명이 생활하고 있다.
병영의 새 바람은 지난해 7월 전면 실시된 주 5일제 이후 성큼 다가왔다. 장교뿐 아니라 사병에게도 토요일이 휴일이 된 것이다. 토요일 오전 아침 잠이 여유로워졌고 오후에는 축구나 당구, 인터넷 검색 등을 즐긴다고 했다.
"제 신임병 시절과 비교해도 정말 많이 편해졌죠. 선임·후임병 사이의 벽도 많이 허물어졌고요". 창군 이래 지켜져 오던 국방부 '표준일과표'가 이달부터 개선돼 적용되고 있다. 일석점호가 사라진 것이 큰 특징이다.
제대를 20여일 앞둔 말년 고참 이세훈(23) 병장은 "딱딱한 점호가 사라지고 TV 연속극을 보거나 자격증 시험 공부를 하는 등 분위기가 자유로워졌다"고 말했다.
재미있는 점은 '하극상 신고제'. 후임병이 고참병에 대들어도 구타·가혹행위가 근절돼 있어 마땅한 제재수단을 찾을 수 없자 고안했다는 것. 바뀐 세태다.
병역관(觀)도 많이 바뀌었다. 중학교 때 미국으로 건너가 대학까지 마친 이승훈(25) 일병. 영주권을 가지고 있어 병역의무를 피할 수도 있었지만 보스턴의 버몬트 주립대를 졸업하고 귀국, 지난해 입대했다. 이 일병은 "미국에서 살더라도 한국 사회를 알아야한다는 부모님의 권유가 컸다"고 말했다.
▲ 부대내 동아리도 있어요
"모형항공기로 특기를 인정받아 대학까지 갈 수 있었는데. 입대해서도 제 취미를 즐길 수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홍상엽(23) 상병은 6항공전단내 모형항공기 동아리 'W.I.N.G.S'의 멤버다. 고교때부터 취미로 모형항공기 제작을 시작한 그는 특기적성을 인정받아 세종대 항공우주학과에 입학할 수 있었다. 매주 한 차례 특별외출 허가를 받아 포항 1대학 학생들과 함께 야외에서 모형항공기를 날린다고 했다. 유희정 중위는 "주 5일제 이후 병사들의 자기개발과 여가시간 활용을 권장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 그래도 군대는 군대
병영문화가 아무리 바뀌었다지만 변할 수 없는 기본이 있다. 상명하복과 실전같은 훈련이다. "식사 맛 있게 드십시오". 사병 식당에서 한 하급사병이 식판을 받아 자리에 앉은 채로 지나가는 고참병에게 연신 밥구호(?)를 붙인다. 식당에서 경례를 대신하는 셈이었다.
모의 해상 구조훈련에서는 긴장감이 넘쳤다. 항공기가 바다에 추락해 전복된 상황을 가상, 승무병들이 탈출하는 고난도 훈련이다. 조교병사들의 능숙한 시범뒤에는 고된 훈련이 있었을 것이다.
이로운 대위는 "신세대 병영문화가 자율이 전부는 아니다"며 "지난 서해교전때 보여준 희생이 장병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사진 : (사진 위)주5일 근무제, 일석 점호 폐지 등 병영도 자율적인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사진 아래)전술훈련중인 사병들. 정재호편집위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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