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용 수입 생수에 청정 유기농 분유를 타서 은나노 젖병에 담아 먹이고, 행여 아토피로 고생할세라 아로마 오일을 바르고, 유기농 면제품인 오가닉 코튼으로 만든 옷을 입힌 뒤 100만 원을 호가하는 유기농 침구에 재운다.'
다소 과장된 부분도 있고, 어른들이 들으면 혀를 찰 노릇이지만 '하나뿐인 내 아기'를 잘 키우려는 부모의 욕심에 갈수록 유아용품 시장이 고급화, 고가화하고 있다.
앞서 예를 든 것처럼 아기를 키운다면 한 달에 어림잡아 100만 원은 훨씬 더 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기가 태어나기 전부터 건강보험에 들고 영어로 태교를 하며, 행여 난치성 질환에 걸릴까봐 줄기세포가 들어있는 제대혈(탯줄 혈액)을 따로 보관 관리하는 게 요즘 부모라면 앞서 사례가 과장만은 아닐 것이다. 이처럼 사회 전반에 불어닥친 웰빙 열풍은 급기야 '웰본'(well-born)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냈다. 웰본은 아기가 건강하게 태어나서 잘 자라기를 바라는 부모들이 임신 때부터 투자를 아끼지 않는 사회현상을 일컫는 말. 저출산 시대가 낳은 새로운 풍속을 뜻한다. 웰본족들은 건강과 기능을 갖춘 유아용품이라면 수십만 원 상당의 유기농 의류 및 기저귀, 수십만 원짜리 은 젖병 등 초고가 제품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백화점 수입 유아용품 매장을 찾는 주고객은 전문직, 공무원, 자영업자 등 중산층 이상. 매장을 찾기 전 이미 인터넷 또는 주위 사람들로부터 소개를 받고 온다. 구매 전에 어떤 제품이 어떤 재료와 성분으로 구성됐는지, 효과와 성능은 어떠한지 등에 대한 기본지식을 줄줄 꿰고 있다. 수입 제품의 경우 의류와 유아용품은 20~30%, 카시트와 유모차, 장난감은 2~4배가량 국산품에 비해 고가에 판매되고 있지만 오히려 카시트와 장난감의 경우 수입상품 매출이 국산에 비해 30% 정도 높을 정도다.
때문에 백화점들도 유아·아동복 매장의 규모는 줄이는 대신 고급화 전략을 택했다. 유·아동복 브랜드를 선별 입점시키면서 브랜드 수는 줄이는 반면 국내 톱 브랜드 및 수입 브랜드의 매장은 오히려 규모를 키우고 있다. 기존 10~15평 남짓하던 매장 규모가 30평까지 확대됐다. 그만큼 고가 브랜드의 매출이 커지면서 백화점 입장에서도 효자 매장으로 자리 잡는 것.
이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 소매점도 예외는 아니다. 이마트 대구 5개 점의 최근 2년간 유아 매출 구성비를 분석해 보면, 비교적 저가인 유아 단품에 비해 고가인 유아 브랜드의 판매 비중이 2004년 63.6%, 2005년 65.4%로 증가했다.
저출산 탓에 아동·유아매장을 찾는 고객 수는 줄어드는 반면 고객 1인당 구매단가는 갈수록 높아진다. 롯데백화점 대구점 윤지현 아동·유아파트담당은 "불과 몇 년 전 만해도 출산준비 비용이 평균 30만~50만 원이었지만 최근엔 60~70만 원선으로 치솟았다"며 "특히 최고급 용품으로 구비할 경우 총비용이 400만~500만 원에 이른다"며 유아용품 소비양극화를 설명했다.
요즘 유아용품은 '기능성 및 유기농'이 키워드다. 가격이 3만~4만 원대인 유기농 스킨케어제품은 아기에게 안전한 식물성 아로마오일을 사용해 건조한 피부, 가려운 피부, 민감한 피부에 좋으며, 신체 면역력 강화와 정서 안정에 도움을 준다. 개당 1만8천 원인 은나노 젖꼭지 및 젖병은 항균력과 탈취력이 뛰어나다. 땀을 많이 흘리는 아기를 위한 숯 베개도 등장했다.
유기농 면제품도 인기다. 유기농 면은 3년간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은 농지에 유기농 채소 쓰레기와 해초류 퇴비 등 자연 퇴비와 무농약으로 재배 생산된 것. 유기농 면인 오가닉 코튼을 사용한 내의, 턱받이, 배내옷 등은 웬만한 옷 한 벌 값이지만 꾸준히 매출이 느는 추세다. 또 유기농 아토퓨어 출산세트는 유기농 천연제품을 활용해 배냇저고리, 내의, 우주복, 속싸개, 겉싸개, 이불, 베개를 세트화한 것으로 아토피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가격이 100만 원 안팎에 이르지만 찾는 고객이 많다고 백화점 측은 밝혔다. 여기에 아기침대와 서랍장 장난감상자 등 침구세트까지 곁들이면 200만 원대로 가격이 치솟는다.
대백 프라자점 유아용품 숍매니저 구미화씨는 "최근 저출산으로 아기가 줄면서 오히려 기능성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선호도는 크게 높아지고 있다"며 "고객 10명 중 7명꼴로 일반 제품보다는 기능성 제품을 선택한다"고 했다.
유아용 먹을거리 제품들도 갈수록 고급화하고 있다. 유기농 곡물류, 야채류, 과일류 등으로 만든 유아식의 경우 한 통 가격이 2만 원을 훨씬 웃돌고, 면역·모유성분을 강화한 고급분유는 일반분유보다 1만~2만 원 비싼 4만~5만 원대의 고가를 형성한다. 하지만 매출 추이는 오히려 비쌀수록 잘 팔리는 경향을 보인다. 지난해 이마트 대구 5개 점의 전년 대비 분유매출을 보면 2만 원 이상의 고가 제품은 전년 대비 49%의 신장을 보인데 비해 2만 원 이하 상품은 오히려 30~40%의 역신장세를 나타냈다.
최근엔 유아용 수입 생수까지 시판되고 있다. 아무리 좋은 음식을 먹여도 물이 알맞지 않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 최근 대백 프라자점은 지하 식품관에서 오스트리아산 유아생수 '와일드 알프 베이비 워터' 시판에 나섰다. 세계 청정지역 중 하나인 오스트리아 알프스산맥의 만년설을 취수원으로 만들어진 프리미엄 유아생수라는 것. 최첨단 항균시스템을 통한 위생처리를 거쳤기 때문에 끓이지 않은 채 바로 분유나 이유식을 타 먹일 수도 있다고 했다. 가격은 500㎖ 4천700원, 1.5ℓ 7천500원에 이른다.
동아백화점 상품팀 구교정 과장은 "최고급, 수입 유아용품의 경우 저출산시대에 자녀가 귀해지면서 아이를 보다 건강하게 키우려는 신세대 부부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며 "이른바 'X-세대'로 불렸던 30대 초반 주부의 경우, 맞벌이를 통해 생활력도 강하고 가계 수입도 높아 이 같은 고가 유아용품에 대한 구매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사진 : 유아용품 시장이 갈수록 고급화, 고가화하고 있다. 기능성, 유기농을 중심으로 한 유아용품들은 일반 제품에 비해 가격이 최고 2~4배가량 비싸지만 하나뿐인 자녀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신세대 주부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이재명, 민주당 충청 경선서 88.15%로 압승…김동연 2위
전광훈 "대선 출마하겠다"…서울 도심 곳곳은 '윤 어게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