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마음 편안하죠"+"구경도 알차죠"…나홀로 여행

결혼보다는 일을 우선시하고, 자신의 생활을 철저하게 즐기며 사는 '싱글족'이 늘면서 이젠 나홀로생활이 하나의 생활패턴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특히 국내여행업계를 중심으로 이들을 겨냥한 당일 답사·등산 및 맛기행 상품까지 등장할 정도로 혼자서 여행하고, 혼자서 식사하고, 혼자서 생활하는 '외톨이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 토요일인 4일, 대구답사마당에서 주관한 '혼자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을 위한 프로그램'에 동행해 이들의 외톨이여행 참맛을 살짝 들여다봤다.

이날 오전 6시40분. 대구 도심 동아쇼핑 앞에는 관광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이들 대부분은 여성들. 학교 교사들이 많고 직장인, 주부도 눈에 띄었다. 이렇게 따로따로 모인 20여 명은 관광버스에 몸을 싣고 각자 마음에 맞는 사람들끼리 앉아서 얘기꽃을 피웠다. 목적지는 강원도 춘천 남이섬과 신숭겸장군 묘.

나홀로 여행에 참가한 미혼 여성 직장인들은 멋을 한껏 부렸다. 비록 혼자이긴 하지만 마음 편하게 떠나는 여행인만큼 설레는 마음만은 똑같기 때문.

3년 전 한 학교에서 근무하던 교사 5명도 이날 자리를 함께 했다. 지금은 각자 흩어져 다른 학교에서 근무하던 터라 반가움은 더했다. 나이도 30대 초반∼40대 후반으로 다양하지만 이들은 동행이 없어도 더 편하고 좋다고 했다.

"가끔 혼자 떠나는 여행이 좋다"는 황경희(34.여.ㅇ초교 교사)씨는 "계절마다 한번씩 좋은 여행지를 골라 훌쩍 다녀오면 왠지 마음의 양식을 얻고오는 것 같다"고 좋아했다.

여기엔 주부들도 예외가 아니어서 하루 짬을 내 가족들을 떠나 여행을 즐기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남편, 자녀를 두고 홀로 나들이에 나선 김숙희(43.여.ㅈ초교 교사)씨도 "방학 때는 이렇게 맘 편히 떠나는 여행이 주변 풍경도 눈에 잘 들어오고 오래 기억에 남는다"고 나홀로 여행을 예찬했다.

주로 여성들이 많은 나홀로여행에 간혹 남자들이 동행하기도 한다. 혈혈단신 여행길에 나선 최희동(35.회사원)씨는 "주5일 근무제 이후 여자친구도 없이 집에서 주로 잠이나 자다 이렇게 먼 곳에서 좋은 경치를 보니 너무 좋다"고 들뜬 기분을 감추지 못했다. 최씨는 "혼자 살지만 이런 여행상품이 있으니 외롭거나 궁상맞지 않게 살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올해는 꼭 배필을 만날 것 같은 좋은 예감이 든다"고 했다.

이들 20여명의 홀로 여행단은 이날 강원도 춘천의 남이섬을 거쳐 신숭겸 장군 묘, 강원도립 화목원 등을 둘러보고 밤 9시가 다 되어서야 대구에 도착했다. 하지만 표정만은 흐뭇했고 또다른 여행을 기약하고 있는 듯 했다.

이날 나홀로여행 프로그램을 주관한 대구답사마당 이승호 원장은 "혼자서 살고있는 전문직 여성들의 여행수요가 갈수록 늘고 있어 좀 더 다양한 여행상품을 개발하는 중"이라며 "앞으로는 선남선녀 솔로들만 묶어서 미팅 답사여행을 떠나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 : 지난 4일 나홀로여행을 떠난 사람들이 남이섬에 도착, '겨울연가' 촬영지인 메타세쿼이아 길 사이에서 이승호 원장의 설명을 들으면서 즐거워하고 있다. 정재호 편집위원 newj@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