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머! 남자가 왜 이곳에?'
여성들이 전담해왔던 '미(美)'의 영역에서도 남성들의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란 직함을 명함에 새기고 여성들의 화장품을 골라주는 두 명의 남자를 만났다.
◆ 해병대 출신의 박진욱 씨
뚜렷한 이목구비에 흰 가운. 대구 동아쇼핑 1층 화장품매장인 크리니크에서 일하는 박진욱(27) 씨의 손짓, 몸동작 하나하나는 이곳을 찾는 고객들로부터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의 직업은 '메이크업 아티스트'. 남자가 무슨 메이크업이냐고 생각하면 오산. 그는 여성 고객의 피부유형과 취향을 분석한 뒤 그에 맞는 화장품을 추천해주는 전문가다. 화장품 선택뿐만 아니라 꼭 필요한 만큼만 사도록 권해 주부들에게 인기다.
대학에서의 그의 전공은 경영학이다. 더구나 그는 사나이 중에 사나이라는 해병대 출신이다. 전공과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메이크업이지만 그는 졸업과 군 제대이후 곧바로 이 분야로 업종을 바꿨다.
그는 이 직업을 천직으로 여긴다. " 이곳 금남의 직업세계에선 남자이기 때문에 실수도 눈감아주고 잘 봐주는 경향이 있어 더 좋다"고 너스레를 떠는 그는 매일 여성들로부터 "어머 남자잖아" 라는 이야기를 밥먹듯 듣는다고.
하지만 여성만을 상대하다보니 말못할 고충도 많다. 집안 어른들이 "해병대 출신에다 대학에서 경영학과를 졸업해 겨우 화장품을 파느냐?"며 핀잔을 줄때면 마음이 답답하다. 또 '남자가 왜 여기 있느냐'며 놀라 매장을 나가버리는 여성고객을 볼 때면 곤혹스럽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도 그에겐 작은 일일 뿐이다. 그는 적성에 맞는 이 일을 계속할 생각이다.
◆ 경력 8년의 지인구 씨
화장품 판매만 8년. 경북 구미시 옥계동에서 뷰티체험공간 '휴 플레이스(HUE Place)'를 운영하는 지인구(35) 씨는 주부들을 대상으로 '화장품 파는 남자'로 유명하다.
지씨는 철저한 프로다. 여성들을 상대하다보니 나름대로의 비장의 무기(?)를 갖고 있다. 그는 4, 5년 전부터 고향 경상도 말투를 버리고 서울말씨로 바꿨다. 이에 더해 매일 아침 출근 전 거울을 보며 5분간 살인미소를 연습한다.
특히 그는 주부들에게 강하다. 집안의 소소한 걱정거리부터 남편에 대한 불만까지 일일이 다 들어주며 함께 걱정해준다. 말하자면 '공감'을 통해 거리감을 없애는 전략이다.
그는 여성을 상대할 때 유의해야 할 점도 많다고한다. '상대 여성의 단점이 눈에 보이더라도 직접 언급하는 것은 피하고 배려하는 입장에서 완곡하게 표현할 것', '필요 이상으로 아첨하는 것보다 솔직하고 진솔하게 친철을 베풀 것' 등.
"3개월만 해보자고 했던 것이 적성에 딱 맞는 평생 직장이 돼 버렸다" 는 지씨는 앞으로 3호점까지 낼 계획이며 마사지숍도 운영할 계획이다.
▲ 그들이 말하는 '남자라서 좋아요'
박진욱 씨는 남자여서 '고객감동'이 더 크다고 했다. 여성에게서 느낄수 없는 친근하고 섬세한 배려가 여성고객을 감동의 도가니로 몰고갈 수 있다고 한다. 고객의 피부에 대한 칭찬이나 의상에 대한 칭찬으로 남성이 보는 여성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표현한다. 남성에게 아름답다는 소리를 듣는 것이 여성에게 듣는 것보다 더 큰 기쁨을 주는 것 같다고.
지인구 씨는 남자임을 최대한 활용해 영업한다. 남편에 대한 불만과 섭섭함을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것이 큰 장점. 주부들의 거칠어진 손에 크림을 직접 발라주며 제품의 효능을 설명해주면 80, 90%가 제품을 구입한다는 것. 남자가 베푸는 친절에다 여성의 마음을 읽어주는 공감이 그만의 판매전략인 셈.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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