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구·군청이 '숨은 문화 찾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옛 문인들의 흔적을 찾아 시비를 세우는가 하면 당산제, 농요 등 문화 유산들을 이용해 지역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 지자체들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지름길이 바로 '문화 마케팅'이란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숨은 보물 찾기= 대구 수성구청은 다음달까지 수성못 지산하수처리장 상단공원에 민족시인 이상화(李相和·1901~41·호 尙火)를 기리는 시비를 세우기로 했다.
이상화 시인은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시를 수성못둑에서 떠올렸다는 것. 상화는 교남학교(대륜학교)에서 한때 교편을 잡았으며 인근 수성못에 자주 들렀다고 수성구청은 설명했다.
수성구청은 모두 1억2천500만 원을 들여 높이 4.6m, 가로 2.8m의 자연석을 이용, 대형 시비를 만들 예정이다. 구청은 특구로 추진 중인 인근 들안길 먹거리 타운 활성화를 위해서는 이름만 내세워도 알 만한 '문화 매개체'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했다고 밝혔다.
중구청은 최근 중구 남성로 약령공원에 시인 유치환 시비 설립을 추진 중이다. 유치환이 1962~64년 대구여고 교장으로 재직당시 '대구에서'라는 시로 소회를 읊었다는 것.
북구청은 이달 내로 북구 읍내동 칠곡향교의 기반조성공사를 위한 실사를 할 계획이다. 이번 실사는 향교의 동·서재 복원을 위해 현 부지에 대한 복토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것.
서구청은 서구 평리동 당산고개 회화나무를 문화적 상징으로 내세웠다. 수령이 250년 정도인 이 회화나무에는 조선 중기 선비와 여인의 못다한 사랑이 얽혀 있다는 것. 서구청은 12일 정월대보름을 맞아 당산제를 지내고 회화나무의 유래를 담은 유래비를 만들 계획이다. 또한 서구 비산동 일대에서 전승돼온 민속춤인 '날뫼북춤' 공연을 해마다 열고 있다. 날뫼북춤은 백성들이 추앙받던 한 원님의 혼령을 달래기 위해 '날뫼'에서 북을 울리며 춤을 춘데서 유래한 것. 경상도 특유의 덧배기 가락에 맞추어 추는 북춤이다.
동구청은 지난 1999년부터 매년 10월 갓바위축제를 여는 한편, 동구 공산동 일대에서 전승된 농요인 '공산농요' 축제를 해마다 후원하고 있다.
달성군 가창면 우록리 녹동서원도 달성군이 한·일 민간 교류의 상징으로 삼고 있는 곳. 녹동서원은 임진왜란 당시 침략군으로 조선에 왔다가 귀화, 전장에서 큰 공을 세운 김충선 장군의 위패를 모시고 있다. 지난해 식목일엔 일본 기사현 오오미하치만시의 나카타니 데쓰오(63) 시의회의장을 비롯해 시가현민 31명이 방문해 김충선 장군의 후손들과 함께 무궁화나무와 벚나무를 심기도 했다.
달성군 인흥서원에 보관된 명심보감의 원판인 '명심보감 무판보'도 달성군이 자랑거리로 만들고 있다. 인흥서원에는 명심보감의 편저자인 노당(露堂) 추적(秋適) 선생의 후손인 추세문(秋世文)이 1896년 출판한 인흥재사본(仁興齋舍本) 200매 가운데 31매가 보관돼 있다.
또 달성군 하빈면 묘골 파회마을에 있는 삼가헌(三可軒)은 박경리의 소설 '토지'를 TV 드라마로 제작하면서 촬영지로 각광받기도 했다. 하빈면 묘골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사육신을 기려 세운 육신사(六臣寺)와 육신비(六臣碑)가 있어 매년 봄, 가을 사육신에 대한 제사를 지내고 있다.
남구청은 두사충(杜師忠)이 지금의 영남대병원 자리의 야산에 단(壇)을 쌓고 명나라 황제를 향해 배례를 올렸다는 대명단(大明壇)을 이용하고 있다. 두사충은 임진왜란 당시 이여송의 휘하에 있다가 훗날 조선으로 귀화한 장수로 대명단에서 유래된 지명이 대명동이다.
■왜 문화마케팅인가= 문화 마케팅은 지역의 문화적 자산을 활용, 주민들의 애향심을 키우고 기업·관광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것. 다른 지역에 비해 경쟁력 있는 볼거리를 만들어 외부인들이 구경 오거나 들어와 살게 하려는 시도다.
지자체들은 차별화된 문화를 발굴, 홍보함으로써 지역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딧불이 축제로 청정도시 이미지를 얻은 전북 무주와 드라마 '태조 왕건'의 세트장으로 한 해 300만 명의 관광객을 끌어들인 경북 문경 등이 대표적인 성공 사례.
권혁명 대구 동구청 문화공보실장은 "지역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각 지역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역사와 문화는 훌륭한 지역 활성화 전략이 될 수 있다"며 "지역에 대한 새롭고 매력적인 이미지를 만드는 문화마케팅은 짭짤한 관광수입은 물론 문화적 정체성을 확보하고 지역민들을 하나로 묶어내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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