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이 금융·산업자본 분리 정책 완화를 다시 주장했다. 국내 산업자본이 밉다고 외국 자본에 국내 금융산업을 모두 내줄 수는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최근 '매력적인' 금융회사 매물이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금산 분리정책으로 인해 국내 자본이 오히려 역차별 당하고 있다는 논리다.
외국자본이 천사가 아니다는 윤 위원장의 논리는 일견 타당하다. 그렇다해도 금융감독 책임자로서 함부로 입에 올릴 말은 아니다. 삼성 사태로 촉발된 '금융산업 구조개선을 위한 법률(금산법)' 개정안을 둘러싼 논란, 미국계 사모펀드들의 KT&G(전 한국담배인삼공사)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 탈세 혐의를 받고 있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등과 직접 관련되고 정부의 금융정책 변화를 예고하는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는 '핵폭탄급 발언'이기 때문이다.
윤 위원장은 지난해에도 공정거래위원회의 재벌정책에 반하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바 있다. 당시 그는 재벌 오너가 보유 지분에 비해 과다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기업의 지배구조에는 정답이 없다. 이익을 많이 내는 것이 좋은 지배구조다. 어떤 지배구조가 이상적인가 하는 것은 정부가 나설 사안이 아니고 기업이 결정할 일이다"고 말해 구설수에 올랐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윤 위원장을 두고 '친재벌적'이라고 비난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윤 위원장의 '소신'을 나무라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재벌들의 '황제 경영' 폐해를 시정하는 게 먼저다. 재벌 계열사인 보험사나 자산운용사 상당수는 지금도 제 목소리를 못 내고 있다. 이런 마당에 재벌들의 소유지배구조를 개선하지 않고 금융과 산업자본의 분리정책을 완화한다면 금융회사들은 재벌들의 사금고가 될 것이다. 우리 경제도 재벌들이 쥐락펴락할 것이고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윤 위원장은 금융과 산업의 차단장치를 보완하는 한편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금산 분리정책의 완화를 주장했다. 그러나 금산분리 정책의 완화는 재벌들의 소유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높인 뒤 논의할 문제다. 외국 자본의 적대적 M&A에 대한 걱정도 기우다. 국민연금의 주식투자 한도를 늘리는 등 보완장치를 마련하고 국내 기관투자를 육성하는 게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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