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왜?

"우와, 저기 성당이 하나 있다 !"

일본의 관서지방을 삼일째 여행하던 어느 날 저녁, 교토의 길거리를 지나가는데 일행 중 누군가가 소리를 질렀다. 좀 극적으로 과장해도 된다면,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했을 때 외쳤던 소리와 별로 다를 것이 없는 외침이었다.

"어디? 어디? 우와, 맞네. 정말 성당이네 !"

꾸벅꾸벅 졸고 있던 일행 몇몇이 그 무슨 지리상의 대발견이라도 한 것처럼 우르르 창밖으로 시선을 던졌다가 일제히 침묵을 깨트렸다. 우리는 그때까지 단 하나의 성당도 보지 못하다가, 조그만 성당 하나를 처음으로 '발견'했던 것이다.

우리가 일본에서 '발견'한 것은 결코 성당만이 아니었다. 고베에서는 교회도 하나 발견하였고, 교토에서는 인력거와 함께 복잡한 거리를 유유히 지나가는 전차도 가끔 발견하였다. 신사(神社)들이 가는 곳마다 도사리고 있었고, 거리의 간판에는 영어가 거의 없는 대신에 어려운 한자들이 수두룩뻑뻑하게 뒤범벅이 되어 있었다. 누가 특별히 보존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전통가옥들이 가는 곳마다 고기비늘처럼 늘어서 있었고, 오사카의 어느 서점에서는 일본책이 아직도 거의 대부분 세로쓰기를 하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도 발견하였다.

왜 그럴까? 우리나라에 그토록 많은 교회와 성당들이 왜 일본에는 거의 없는 것일까? 우리나라에서는 왜 무당집이 초가집과 함께 어느 날 갑자기 거의 완전히 일망타진되어 버린 것일까? 그 비효율과 불편함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벌써 오래 전에 폐기처분된 전차와 세로쓰기를 일본이 아직도 집요하게 고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문문화가 압도적으로 견고하게 정착되어 있었던 우리나라보다도 일본에서 한자가 더욱더 폭넓게 사용되는 반면에, 서양문화를 먼저 받아들인 일본보다도 우리나라가 훨씬 더 서구화된 이유는 무엇일까?

왜 그럴까? 우리나라가 세계사의 변화에 대하여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능력이 놀라울 정도로 뛰어나기 때문일까? 아니면 민족문화의 거대한 뿌리가 아직도 확고하게 자리잡지 못하여 작은 바람에도 크게 흔들리고, 전통에 대한 애정이 놀라울 정도로 결핍되어 최신형 불도저로 자기의 정체성을 화끈하게 뒤엎어버리는 것을 발전이자 혁신, 혹은 세계화라 여기기 때문일까?

왜 그럴까? 도대체 왜?

이종문 계명대 사범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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