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자 농촌체험 "이게 똥장군이에요?"

"짚을 생전 처음 만져봐요. 생각보다 까칠까칠하네요."

"찜통에 찐빵을 찌는 것은 봤지만 찐빵 가마솥은 처음이에요. 아궁이도 정말 신기해요."

매일신문이 창간 60주년을 기념해 경북도와 공동으로 11, 12일 이틀 동안 김천시 증산면 평촌리 '옛날솜씨마을'에서 마련한 '독자농촌체험-가자! 생명의 땅으로' 첫 체험행사에 참여한 가족들은 이틀 내내 즐거워했다.

이날 인터넷 참가 신청을 통해 참가한 인원은 13가족 40명. 11일 오후 2시 경북도청 광장에서 출발한 지 1시간 40분 만에 '옛날솜씨마을'에 도착하자 이미 이보영(73) 옛날솜씨마을 추진위원장과 주민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 위원장은 "우리 마을은 지난해 3천800명이 다녀갔는데 올해는 5천 명이 목표"라며 "지난해 전국 66개 전통테마마을 평가에서 2위를 차지했다"고 소개하자 박수소리가 터졌다.

실내체험장으로 이동, 전정숙(59) 김천시농업기술센터 소장으로부터 간단한 설명을 들은 뒤 수도산 입구의 농경유물관에 들렀다. 이 마을 체험관광의 필수코스인 유물관은 김정옥(54) 씨가 40년 동안 모은 물레, 탈곡기 등 농기구와 홀치기, 놋그릇, 등잔, 병아리집 등 옛날 물건 3천 점을 전시하고 있다.

아이들은 "할아버지, 이게 뭐예요?"라며 연신 질문을 퍼붓고 김씨는 "이게 바로 똥장군이야. 요건 물고기를 잡던 통발이고, 저건 실을 뽑던 물레야"라며 설명을 한다.

실외체험장의 첫 코스는 손두부 만들기. 우리 콩을 넣고 맷돌을 돌리는 아이들의 표정엔 신이 났다. 이동준(7·대구 달서구 호산동) 군이 "처음 해보지만 너무 재미있다"며 맷돌 손잡이를 놓지 않자 다른 아이들은 "아예 취직해라"며 야유(?)를 보낸다. 아이들이 맷돌을 돌리는 동안 다른 한 쪽에 마련된 널뛰기, 디딜방아 체험장에서는 여자 아이들과 어머니들의 비명소리와 웃음소리가 쉴 새 없이 쏟아졌다.

이어지는 가마솥 찐빵 만들기. 조금씩 떠서 납작하게 눌러달라는 부녀회장의 말을 모두 한쪽 귀로 흘려들었는지 전부 동그란 공을 만들었다. 엄마 김유미(44·대구시 북구 태전동) 씨와 함께 온 박세원(9) 양은 "아궁이에 장작을 넣어 보니 정말 재미있다"며 아예 아궁이 옆에 걸터앉았다.

순두부와 직접 만든 찐빵으로 허기를 채운 뒤 각자 배정받은 민박집으로 옮겼다. 27가구 50명의 옛날솜씨마을에 있는 민박집은 모두 10가구. 오늘 잘 곳은 '사거리 정자집', '강정 만드는 집', '짚풀공예하는 집', '소망의 집' 등 4곳이다.

각자 식사를 마친 뒤 새끼 꼬기와 짚 계란꾸러미 만들기 체험을 위해 다시 모인 참가자들은 서로 정보교환에 바빴다. "우리 집에서는 김치찌개 먹었는데 그 집에선 뭐 먹었어요?" "우린 미역국 먹었는데 너무 맛있었어요. 그 집은 화장실이 어떤가요?"

짚 공예 체험이 시작되자 어렸을 때 고향에서 새끼를 꼬아 본 어른들은 어느 정도 익숙한 솜씨를 보였지만 아이들과 젊은 주부들은 영 난감한 표정들. 지도강사로 나선 마을 김홍배(71), 손예현(66) 씨는 3분 만에 뚝딱 만들어내지만 체험객들은 30분이 지나도록 엉성하기 그지없다. 올해 중학교에 진학한 김우현(13·대구 달서구 용산동) 군은 "TV보다 훨씬 재미있다"며 즐거워했다. 최갑숙(42·대구 달서구 상인2동) 씨가 마음이 삐뚤어서 그런지 잘 안 된다고 도움을 청하자 도우미 손씨는 "눈썰미만 있으면 되는데"라며 차근차근 도와준다.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인 '고구마 구워먹기' 행사는 아이들 판이었다. 참숯 위에 새까맣게 익어가는 고구마를 보면서 아이들은 뜨거움을 참아가며 떨어뜨릴세라 손이 새까매지도록 이리저리 돌리면서 열심히 껍질을 벗긴다.

어느덧 밤 10시. 자신들이 만든 계란꾸러미에 계란과 군고구마를 넣어서 민박집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방에 불이 꺼진 건 새벽 1시나 되어서였다. 남자 어른들은 기회를 놓칠세라 어느 새 가까워진 주민, 일행들과 소주잔을 기울였다. 아이들도 설레는 마음에 잠을 이루기가 쉽지 않았을 터다.

12일 오전 8시. 들깨시래기국으로 아침을 때우고 인근의 비구니 도장인 청암사로 산책을 한 뒤 프레스 플라워 교실에 들렀다. 바삭 말린 조팝나무 꽃과 넉줄고사리로 하트 펜던트를 만드는 체험이다. 김민정(35·대구 수성구 지산동) 씨는 "꽃잎이 너무 작아서 조금 애를 먹었지만 이 세상에서 하나뿐인 액세서리를 만들어 기분이 너무 좋다"고 말했다.

점심 메뉴는 정월 대보름에 맞춘 오곡밥이 나왔다. "오늘 농촌체험 안왔으면 오곡밥도 못 먹었을 텐데, 너무 고맙습니다"라며 남편들이 농담을 건네자 아내들은 눈을 흘기며 "집에 있었어도 해줄 건 다 해준다"며 반박한다.

돌아오는 버스를 타기 전에 마을 농민들이 손수 만든 감자부각과 산에서 채취한 무공해 구절초, 도라지, 취나물을 내놓자 순식간에 팔려나간다. 문학순 부녀회장은 "감자부각은 무농약으로 재배한 감자의 껍질을 까고 얇게 썰어 가마솥에서 익힌 뒤 햇볕에 말리는 등 복잡한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슈퍼에서 파는 감자칩과는 비교가 안 된다"고 설명하자 모두들 한 봉지씩 사 들었다.

이보영 위원장이 "너무 시간이 짧아 아쉬움 뿐"이라며 "다음에 꼭 다시 오라"고 말하자 모두들 "다시 오겠다"며 열심히 손을 흔들었다. 귀가 버스에 오르자마자 대부분 가족들은 1박 2일 동안의 강행군이 힘들었던지 금세 잠이 들었다.

독자농촌체험:매일신문 창간 60주년을 기념해 본지와 경북도가 공동으로 마련하는 '독자농촌체험-가자! 생명의 땅으로'는 매월 2, 4주 토, 일요일(1박2일) 이틀 동안 열립니다. 오는 11월 말까지 열리는 이 행사는 본지 독자에 한해서 매월 초 본지 인터넷 홈페이지(www.imaeil.com)를 통해 접수하며, 매 회차 40명이 경북 도내 20개 체험마을을 방문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

김천·이창희기자 ich888@msnet.co.kr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사진:"제 솜씨 어때요?" 매일신문 창간 60주년 기념 '독자농촌체험'에 참가한 어린이와 부모들이 체험마을인 김천시 증산면 평촌리에서 짚으로 계란꾸러미를 만들고 있다. 박노익기자 noi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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