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에게 맞춰 중간 정도만 살면 안되나요? 대학에 꼭 가야 할 필요가 있나요?"
어릴 적 수십 가지의 장래 희망을 바꿔가며 읊어대던 아이들도 중·고등학교에 진학하면 꿈을 잃어버린 채 방황하는 경우가 많다. 더 큰 문제점은 이로 인해 공부를 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는 것. 그러다 보니 공부는 억지춘양이 되기 십상이고, 문·이과 결정이나 대학 학과 선택 때도 '점수대로'가 가장 큰 기준이 되고 만다. 하지만 자신의 적성을 파악해 진로를 구체화한다면 목표도 뚜렷해지고 성취 욕구도 커진다. 그만큼 다가갈 수 있는 길도 쉽게 열린다.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진로·적성 프로그램을 알아봤다.
△꿈을 찾아서
오래 전부터 CEO의 꿈을 키워왔던 이윤아(효성여고 2년) 양. 하지만 고교 진학 후 문·이과 결정을 앞두고 갈피를 잡지 못하다가 지난해 여름방학 동안 직업현장 체험을 하고 나서는 진로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 그는 "공대에 가서 나만의 기술을 가지게 되면 사업을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했었다"며 "하지만 직업현장 체험을 통해 회계사와 법정 체험 등 경제·경영과 관련된 여러 현장을 둘러본 뒤 경제학도가 돼야겠다는 생각을 굳혔다"고 했다.
끈기와 추진력이 부족하고 친구를 잘 사귀지 못하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로 성적이 하위권을 맴돌았던 이보람(가명·도원중 3년) 양. 그는 학교 진로상담교사와의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미래의 꿈을 '일본만화 번역가'로 정했다. '학교 가기 싫다, 친구들이 나를 싫어한다'는 말만 되풀이하던 보람이였지만 상담을 통해 자신을 소중히 하는 법을 배워가는 과정에서 장래 목표까지 발견하게 된 것이다. "만화책을 볼 때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상상의 세계에 빠져든다"는 보람이는 "직접 그리는 것은 손재주가 없어 힘들겠지만 일본어를 열심히 배워 일본 만화를 재미있고 쉽게 번역하는 직업은 나에게 딱 맞을 것 같다"며 얼굴이 환해졌다.
△어떻게 찾아갈까
전문가들은 "목표가 생기면 성적이 오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자신의 구체적인 미래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두면 공부를 해야 할 이유도 그만큼 분명해지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길찾기에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미래를 결정지을 수도 있는 일인 만큼 충분히 정보를 수집하고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김숙향 와룡중학교 교사는 "무엇보다 자신이 흥미를 보이는 곳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부모들의 경우 성적에 맞춰 자녀의 진로를 결정지으려 하거나,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자녀에게 강요하는 경향이 적지 않다. 이에 대해 김 교사는 "자녀를 어느 대학에 보내느냐보다 성인이 됐을 때 자신의 일에 얼마나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하나 중요한 요소는 현재의 유망직종을 선택하기보다 사회의 흐름을 잘 살펴 자녀가 사회에 진출하게 될 5년 후, 10년 후의 직업상을 예측하는 것. 오히려 지금 널리 알려지지 않은 신종 직업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좋다.
△어디서 도움을 받을까
대구시 교육과학연구원은 최근 '직업현장 체험학습 길잡이'라는 책을 펴냈다. 지난해 여름방학 때 고교생 1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12개 직업현장 체험학습에서 얻은 경험을 담은 것. 황진숙 교육연구사는 "학교나 학생들의 요청이 있으면 언제든지 현장 방문학습이 가능한 지역의 73개 기관·사업체를 실었다"며 "20~50명 규모로 인솔교사를 동반해 사전에 방문 계획을 알리면 심도 있는 체험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자료는 대구교육과학연구원 홈페이지(www.desri.or.kr)에서 찾아볼 수 있다. 홈페이지에는 이밖에도 다양한 진로 관련 자료가 실려 있고 상담도 할 수 있어 한 번쯤 자신의 가능성을 타진해볼 만하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운영하는 종합진로정보망 커리어넷(www.careernet.re.kr)에서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곳에서는 초·중·고·대학생·성인까지 온라인으로 진학과 지도에 대한 각종 검사와 상담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특히 중·고교생은 직업적성검사, 직업흥미검사, 진로성숙도검사, 직업가치관검사 등을 무료로 받을 수 있으며 '직업사전'을 통해 다양한 직업세계에 대한 간접경험도 가능하다. 노동부 산하 중앙고용정보원이 운영하는 노동부고용안정정보망 워크넷(www.work.go.kr)이나 한국청소년상담원(www.kyci.or.kr)에서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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