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은 웃음에 인색한 편이다. 자신도 잘 웃지 않지만 다른 사람의 웃음에도 그다지 너그럽지 않을 때가 많다. 잘 웃는 사람에겐 흔히 "실없는 사람"이라거나 "소금 더 쳐야겠군" 등의 토를 달며 폄하한다. 낯모르는 사람이 자신을 향해 싱긋 웃거나 미소를 보낼 경우 함께 웃어 주기는커녕 "내 얼굴에 뭐가 묻었나" "뭘 실수한 건가" 그런 생각들이 먼저 떠올라 당황하거나 불쾌감을 느끼기도 한다.
◇오모테(表)와 우라(裏)의 이중성으로 표현되는 일본인처럼 우리 역시 웃음에 대해서는 이중적이다. 특히 "군자(君子)는…" 식의 가치관에 젖은 남자들의 경우 목젖까지 드러내며 웃고 싶으면서도 가벼운 인상을 줄까 봐 억지로 참을 때가 많다. 여자들도 헤픈 이미지로 비칠까 봐 짐짓 조심스러워한다.
◇야박할 만큼 웃음에 인색하던 우리 사회에서 최근 들어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는 분위기이다. '한국웃음연구소'라는, 본격적으로 웃음을 연구하고 전파하기 위한 웃음 전도사가 생겨났는데 기업체'관공서'학교 등의 강연 요청이 봇물처럼 밀려든다고 한다. 유머경영을 도입한 기업들의 생산성이 높아지면서 LG 등 대기업에서 웃음을 중요한 마케팅 전략으로 내세우는 사례도 늘고 있다.아동도서 전문기업 프뢰벨 한국지사의 경우 매출이 15%나 늘었다고 한다.
◇'펀(fun) 경영'으로 유명한 재미교포 여성 기업인이자 경영 컨설턴트인 진수 테리 씨는 최근 내한 강연회에서 '웃으며 일하라'고 역설했다. 7년간 일하던 미국 회사에서 갑자기 해고된 원인이 열심히 일만 하느라 동료들과의 웃음을 잃어버린 데 있음을 알게 된 후 하루 한 가지씩 기분 좋은 일에 대해 주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었고 자신의 삶도 변화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진수 테리 씨의 '펀 경영'의 요지는 "웃다 보면 성공한다"는 것. 부드러운 미소와 여유있게 웃는 모습이 비즈니스를 더 쉽게, 더 잘 풀리게 만든다는 것이다. 한 번 웃을 때마다 200만 원어치의 엔도르핀이 분비된다고 한다. 웃음이 나오지 않는 환경이라 하더라도 일부러라도 웃으면 웃음 그 자체가 웃음을 불러일으킨다.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하다지 않은가. 언제 어디서나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웃음, 돈으로는 살 수 없는 '최고의 명약'이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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