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회가 아직 정식 가동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역 국회의원 상당수가 출마희망자들을 만나 개별면접은 물론 출마자 조율에까지 나서고 있다.
공천심사 과정에서 해당 지역 국회의원이 참석해 의견을 개진할 수 있고, 이들 중 상당수는 정식 공천심사위원으로 포함될 예정인데도 국회의원들이 사실상의 '사전심사'에 나선 것이다. 이에 따라 국회의원 '월권' 논란에, 공천심사위 외부인사 '들러리 세우기'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14일 지역정가에 따르면 곽성문(대구 중·남) 국회의원은 지난 11일 자신의 사무실에서 남구지역 출마를 희망하는 기초의원 후보들에 대한 개별 면담을 실시했다. 곽 의원은 오는 19일까지 중구지역 기초의원 출마희망자들에 대한 개별 면담도 가질 계획이다. 곽 의원은 향후 개별면담을 광역의원, 기초단체장으로 확대 실시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김석준(대구 달서병) 국회의원은 지난 5일과 지난달 27일 두 차례에 걸쳐 자신의 사무실에서 기초 및 광역의원 출마희망자 40여 명에 대한 개별 면담을 실시했다. 주호영(대구 수성을) 국회의원도 지난달 기초 및 광역의원, 일부 기초단체장 출마희망자들에 대한 면담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주성영(대구 동갑) 국회의원도 일부 출마희망자에 대해 개별적으로 비공개 접촉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이한구(대구 수성갑) 국회의원은 지난 11일 대구시당 5층 강당에서 기초단체장 및 기초·광역의원 출마희망자들과의 집단 공개면담을 통해 공천기준 등에 대한 설명회를 가졌다.
이 과정에서 대다수 국회의원들은 출마희망자들에 대해 출마이유, 이력 및 개별소개서를 제출받았다. 일부 의원들은 병력, 재산, 범죄경력, 세금납부 등과 관련한 각종 서류와 함께 향후 활동계획 등에 대한 보고서도 별도로 제출토록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부 의원들은 다른 출마희망자들과 출마 여부에 대한 조율까지 권유하는 등 사실상 공천심사 활동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이에 대해 출마희망자들은 "공천심사위에 각종 서류를 제출하고 지역발전방안 등에 대한 견해도 밝힐 것으로 알고 있는데, 왜 국회의원들에게 별도로 이중의 공천심사를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지역 국회의원들의 개별심사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는 가운데 한나라당 대구·경북 시도당은 금명간 구성될 공천심사위에 지역 국회의원 4~6명씩을 참여시킬 방침이어서, 결국 외부인사는 들러리로 전락하고 국회의원이 공천의 전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김병구기자 k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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