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

드르륵 드르륵 눈물이 쏟아져 내린다

드르륵 드르륵

저 놈이 내 생을 엉터리로 박아 버렸어

드르륵 드르륵 저 년이 내 얼굴을 할퀴어 버렸어

투덜투덜 엉키어 버렸다

드르륵 드르륵 저것은 내 것이 아냐

드르륵 드르륵 이건 길이 아니잖아

드르륵 드르륵 지랄같이 꼬여있다

드르륵 드르륵 틀렸어 다시 해 봐

드르륵 드르륵

'바느질' 방명순

한 땀 한 땀 정성들여 솔기를 잇는 바느질은 삶을 엮어 나가는 인간의 진지한 모습을 표현하는 소재로 고전 시가에 나타나고 있다. 이 시에서는 바느질이 '드르륵'으로 표현되고 있다. '바느질'이 아니라 '틀질'의 의성어이다.

오늘날 인내와 정성으로 엮어가는 바느질 같은 삶은 보기 어렵다. 희생과 조화를 통해 가꾸던 공동체 삶도 무너지고 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구성원은 동반자가 아니라 경쟁자다. 그래서 '나' 아닌 '남'은 '저분'이 아니다. '저 놈' 아니면 '저 년'이다. '저 놈'과 '저 년'이 '내 얼굴을 할퀴'고 '투덜투덜 엉키'게 하는 주범이다.

이런 폭력적 생활환경에서 우리의 일상은 '드르륵 드르륵' 불협화음을 낼 수밖에 없다. '바느질 같은 삶'이 사라진 도시적 삶을 '바느질'로 형상화하여 역(逆)으로 우리의 삶에 대한 반성과 자각을 가능케 하고 있다. 구석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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