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5일 열리는 제78회 아카데미 시상식을 전후해 화제의 아카데미 후보작들이 연이어 국내에 선보일 예정이어서, 국내 영화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다.
올해 아카데미에서 가장 관심을 모은 후보작은 동성애 카우보이들의 관계를 그린 이안 감독의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Brokeback Mountain)'. 작품상과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등 모두 8개 부문에서 후보에 올라올 아카데미 시상식 최고의 화제작이 됐다.
이어 '굿 나잇 앤 굿 럭(Good Night, and Good Luck)'은 작품상, 감독상 등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그 외에도 남녀 주연상을 비롯한 5개 부문에서 오스카상을 노리고 있는 '앙코르(원제: Walk the Line)'와 4개 부문 후보에 오른 '오만과 편견'도 다음달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감독상, 각색상, 편집상 등 5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뮌헨'은 지난 9일 개봉해 국내 관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올해 아카데미 후보작들이 발표된 이후 일각에서는 '아카데미가 변했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화려한 대하역사물과 가족의 가치를 강조하는 휴머니즘 영화들을 선호했던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 회원들이 올해는 동성애, 인종갈등, 매카시즘, 테러리즘, 그리고 중동오일정치 등 논쟁적인 주제의 정치사회 영화들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 브로크백 마운틴
이안 감독의 '브로크백 마운틴'은 베니스 황금사자상, 전미제작가협회상, 전미감독협회상, 골든글로브 4개 부문을 수상하고 아카데미만을 남겨두고 있다.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 남우조연 등 주요 8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돼, 최다 후보작의 영예를 안은 만큼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어떤 결과를 낳게 될지 주목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게다가 동성 간의 사랑을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어, 사랑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1963년 여름,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일거리를 구하던 가난한 청년 에니스(히스 레저)와 잭(제이크 질렌할)은 여름 한철을 이곳의 양떼 방목장에서 함께 일하게 됐다. 갓 스물의 두 청년은 대자연의 품 속에서 오직 둘만 있게 되면서 서로에게 차츰 젖어들기 시작한다. 그들의 우정은 친구 이상의 감정으로 깊어지지만 막상 그들은 낯선 감정의 실체가 무엇인지도 알지 못한 채 다시 만날 기약도 없이 방목철이 끝남과 동시에 헤어지게 된다.
결혼해 아이를 낳고 평범한 생활을 꾸려가다가 4년 만에 다시 만난 두 사람은 브로크백에서 가졌던 그 감정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었음을 알게 된다. 그들은 가끔 삶의 의무에서 빠져나와 낚시를 핑계로 함께 브로크백 마운틴으로 여행을 떠나 생활한다. 그들에게 이곳은 기성사회의 굴레가 정해준 삶의 의무감에서 벗어나 자신들의 꿈과 욕망을 펼치는 유일한 공간이다. 이 영화는 에니스와 잭이 20년 동안 서로를 잊지 못해 괴로워하고 흥분하는 과정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동성애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어 애초 18세 관람가 판정을 받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우리나라에서 15세 관람가 판정을 받아냈다. 3월 1일 개봉.
◆ 앙코르
'앙코르'는 미국의 전설적인 컨트리뮤지션 자니 캐시(Johnny Cash, 1932~2003)의 열정과 사랑을 다룬 영화로, 아카데미 남녀 주연상을 비롯해 5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이 영화는 30세가 되기도 전에 비틀즈의 인기를 앞섰고 엘비스 프레슬리, 제리 리 루이스 등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자니 캐시의 천재적이고 열정적인 음악인생과 외로웠던 그의 인생을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펼쳐내고 있다.
자니 캐시(호아킨 피닉스)는 어린 시절 부모님의 끔찍한 사랑을 받던 형이 사고로 죽은 뒤 평생을 형을 대신해 부모님의 사랑을 얻기 위해 노력하며 힘들어한다. 어린 시절부터 노래를 좋아했던 그는 작은 레코드 회사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앨범을 낸 뒤 순식간에 전 미국 소녀들의 우상으로 떠오르며 스타가 된다.
유부남이었던 자니는 가수인 준 카터(리즈 위더스푼)와 투어를 다니다 열정적인 사랑에 빠지게 되고 온갖 약물중독으로 망가진 그에게 준은 유일한 희망이 된다. '앙코르'는 지난해 미국 개봉 당시 배우들의 명연기와 높은 완성도로 평단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특히 호아킨 피닉스는 자니 캐시가 살아 돌아온 듯한 명연기를 펼쳤다는 평이다. 3월 1일 개봉.
◆ 오만과 편견
제인 오스틴의 소설을 영화화한 조 라이트 감독의 '오만과 편견'은 지금까지 여러 차례 영화로 만들어진 '오만과 편견' 중 가장 원작에 충실하면서도 현대에 맞는 인물 해석이 돋보인다는 평을 받고 있다.
아름답고 매력적인 엘리자베스(키이라 나이틀리)는 화기애애한 베넷가의 다섯 자매 중 둘째다. 조용한 시골 마을에 부유하고 명망있는 가문의 신사 빙리와 그의 친구 다아시(매튜 맥파든)가 여름동안 대저택에 머물게 되고, 대저택에서 열리는 댄스파티에서 처음 만난 다아시와 엘리자베스는 서로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하지만 자존심 강한 엘리자베스와 무뚝뚝한 다아시는 만날 때마다 서로에게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고 사랑의 줄다리기를 한다. 서로에 대한 오해와 편견으로 가득 차 있는 두 젊은이가 사랑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원작에 충실하게 그려진다. 3월 10일 개봉.
◆ 굿 나잇 앤 굿 럭
1950년대 초반, 미국에 불어닥쳤던 매카시 광풍에 맞서 자유를 지켜야 한다고 외쳤던 CBS 앵커 에드워드 R 머로우의 실화를 흑백 스크린으로 옮긴 감동 드라마로, 조셉 매카시 의원과 에드워드 머로우 뉴스팀의 역사에 길이 남을 대결을 다루고 있다.
조셉 매카시 의원은 공산주의자 및 친 공산주의자들을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반 사회적 스파이들로 규정하고, 사회 각 분야에 걸쳐서 대대적인 빨갱이 색출 작업에 열을 올린다. 극에 달한 매카시의 레드 혐오증으로 무고한 사람들까지 빨갱이로 몰리지만 두려움 때문에 아무도 그와 맞서려는 사람이 없다. 이때 바른말 잘하는 머로우와 그의 뉴스팀은 위험을 무릅쓰고 그들의 프로그램을 이용, 매카시의 부당함에 정면으로 도전한다. 그리고 마침내 그를 몰락시키고 헌법에 명시된 개인의 권리를 되찾는데 공헌을 하게 된다.
이 영화는 매카시 상원의원의 모습을 배우의 연기 대신 당시의 흑백필름을 활용함으로써 사실감을 높였다. 3월 1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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