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위직 성났다'… 경찰, 하극상인가?

경찰이 술렁이고 있다. 15일 오전부터 대구 경북 각 경찰서에선 전날 현직 경찰관 12명이 대통령을 상대로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전현직 경찰관 사적 조직인 무궁화클럽이 '수사권 조정 반대' 등을 주장한 내용을 두고 향후 미칠 파장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다.

하위직 경찰들은 국회를 통과한 경찰공무원법(경공법)을 정부가 재개정하려고 추진하고 있으나 경찰 수뇌부가 적극적인 의사표명을 하지 않고 있는데 대해 불만이다.

이들은 순경·경장·경사 등 하위직 경찰 공무원의 자동 근속승진 연한을 각각 1년씩 감축, 승진 숨통을 틔울 것으로 기대했으나 정부가 거부해 무산될 가능성이 높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구 한 경찰서 형사는 "경찰 수뇌부가 대부분의 하위직 경찰관들에게는 관심 밖 사안인 수사권조정에 전력하면서 정작 우리 피부에 가장 와닿는 자동 근속승진안 마련에 대해서는 도외시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허탈해 했다.

다른 경찰서 경장급 경찰관(32)은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2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경위로부터 시작, 평생 특혜를 누리는 경찰대 출신과는 달리 대다수 하위직 경찰관들은 이번 경공법 개정이 한줄기 빛이었다"며 "엄청나게 많은 직원들이 피해를 볼 위기에 처해 있는데 자기 일이 아니라며 뒷짐만 지고 있는 경찰 지휘부의 태도가 불쾌할 따름"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결국 하위직 경찰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온 무궁화클럽은 1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근속승진을 다시 축소하는 쪽으로 경공법이 재개정되면 검경 수사권 조정 반대는 물론 경찰대학 폐지운동까지 벌이겠다"는 성명서를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하위직들의 집단행동에 대해 경찰 지휘부는 당황해하면서도 조직기강 문란 행위로 보고 엄정대처한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대구 및 경북경찰청은 무궁화클럽에 가입한 역내 경찰관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국회는 지난해 12월 '순경·경장·경사'의 승진연한을 각각 6, 7, 8년으로 각각 1년씩 줄이는 경찰공무원법 개정안을 의결했으나 최근 다른 분야의 공무원과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에 따라 정부입법으로 승진연한을 다시 환원하는 골자의 재개정안이 15일 행자위에 상정돼 오는 17일 의결을 앞두고 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