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상도(商道)'라는 드라마에서 거상(巨商) 임상옥이 했던 유명한 말로, "장사는 (돈을 남기기에 앞서 먼저) 사람을 남기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물론 임상옥이라는 상인이 돈을 남기지 않는 '비영리 사업가'가 아님은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다. '때로 이윤을 덜 남기거나 손해를 보더라도, 사람을 잃지 않으면 훗날 더 큰 이윤을 얻게 된다는 경험칙'을 말한 것이리라. 여기서 사람을 남긴다 라는 말을 현대적인 개념으로 재해석하면 기업이 믿음, 또는 신뢰를 얻는다는 말과 상통하고 이는 곧 '신용'을 유지한다는 뜻이 될 것이다.
최근 들어 기업경영에서 신용이라는 화두가 급부상하고 있다. 기업을 둘러싼 제반 환경이 '신용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변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중소기업이라면 공공기관 물품조달 참여, 대기업 납품, 금융기관 여신거래 등의 활동을 하지 않는 기업이 거의 없을 것이다. 여기에 '신용등급'이라는 증명서가 이제는 필수가 되어가고 있다.
중기청의 경우 올해부터 공공물품 구매에 대한 경쟁입찰 자격심사에서 신용등급의 배점을 100점 만점에 30점이나 반영함으로써 입찰경쟁의 결정적 변수로 활용하게 되었다. 또 조달청이나 행정자치부, 국방부, 지방자치단체, 한국전력, 도로공사, 주택공사, 가스공사 등 정부 및 공공기관들도 각종 입찰에 신용등급을 활용하기 시작했거나 곧 시행 예정이다.
또 대기업이 협력업체를 선정하고, 유지 관리하는 데에 1차적으로 신용등급을 활용하는 것도 이제는 대세로 인식되며 확산되고 있다. 삼성, LG, SK, KT 등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이를 실행에 옮기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금융기관이 기존의 담보 및 보증위주의 관행에서 점차 벗어나 신용등급으로 대출여부와 한도, 금리 등을 결정하는 것이 현실화되고 있다. 모 은행은 올해부터 신용등급 일정수준 이상인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담보없이 신용으로만 대출을 해주기 시작했다. 게다가 대출이 이뤄진 후에도 사후 리스크 관리를 위해 여신기업의 신용등급을 꾸준히 모니터링하는 시스템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변화는 궁극적으로 신용거래 활성화를 통한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와 선진신용사회 구축이라는 정부의 커다란 정책목표와도 그 궤를 같이하고 있다.
그렇다면 중소기업 경영자들은 이러한 신용등급의 안정적인 관리를 위해 어떠한 구체적인 실천을 해나가야 할까. 필자는 어려운 상황에 있는 대구'경북의 중소기업들을 위해 아래와 같은 '기업신용등급 업그레이드 10계명'을 제시하고자 한다.
1. 외부감사를 받는 등 회계자료의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 2, 대표이사 개인의 신용도는 기업신용도와 직결된다. 3. 사소한 금액이라도 연체는 금물이다. 4. 중소기업 전문평가기관에 자발적으로 자료를 등록하고, 신용도를 관리해야 한다. 5. 거래처의 신용상태를 항상 모니터링하여 연쇄도산의 위험을 줄여나가야 한다. 6. 손익도 중요하지만, 차입금과 현금흐름에도 지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7. 부실사업을 과감히 정리,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야 한다. 8. 업력이 짧은 것보다는 긴 것이 신용평가에 유리하므로 신규설립만 고집하지 말고 M&A를 활용하는 것도 좋다. 9. 기초자료를 불성실하게 작성하여 자료간에 논리적 일관성이 없으면 내부관리능력을 의심받을 수 있다. 10. 할인어음, 채무보증 등과 같은 우발채무도 잘 관리해야 한다.
중소기업을 둘러싼 대내외 여건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경쟁력의 원천인 더 좋은 품질, 더 새로운 기술, 더 높은 신용등급을 요구받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요구에 스스로 부응하여 경쟁력을 확보하고 글로벌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는 기업은 더 이상 발붙일 곳이 없다. 결국 뼈를 깎는 자기혁신으로 경쟁력을 되찾아야 한다는 단순한 진리를 명심하자.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몫이다.
그런 면에서 신용등급을 높이려는 노력 또한 대단히 시급한 것임을 절감하고 대구'경북의 중소기업들이 이를 위한 구체적 실천에 나선다면 머지않아 옛 거상의 교훈을 몸으로 체험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배영식 한국기업데이터㈜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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