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外交 유연성 제고 계기로 이어져야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출마하기로 한 유엔 사무총장의 역할은 국제사회의 이해 관계를 조정하고 분쟁과 갈등을 중재하는 데 있다. 자국의 이익을 놓고 첨예하게 맞서는 국제사회의 중재자다. 유엔의 실질적인 사무를 총괄하면서 특정 국가의 이익 대신 국제사회의 공동 이익을 추구하는 자리다. 막강한 권력은 행사하지 않지만 세계 각국이 정부 수반에 준하는 예우를 한다. 국제 평화를 지키는 명예의 수장인 셈이다.

유엔 창설 이래 지금까지 사무총장을 배출한 노르웨이'스웨덴'미얀마'오스트리아'페루'이집트'가나 등은 모두 강대국이 아니다. 중재자로서 자국의 이해 관계에 매달리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 강조된 까닭이다. 이 때문에 특정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지지를 받는 경우 선출 과정에 오히려 방해가 되기도 한다.

반 장관의 사무총장 도전은 개인적인 명예 못잖게 국가적으로도 큰 의의가 있다. 지구촌 화약고의 한 곳으로까지 지목됐던 분단 국가의 외교관이 세계 평화를 조정하고 중재하게 된다면 한반도 평화에도 보탬이 된다. 우리 외교 역량의 성숙을 알리는 데도 유리하다.

그러나 북핵 문제를 비롯, 한반도를 둘러싼 국가 간 대립과 갈등은 반 장관의 출마에 악조건이 될 수도 있다. 이해 관계가 첨예하게 맞서는 국가의 외교관을 국제사회의 중재자로 인정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반 장관의 도전은 차분하게 진행돼야 한다. 자국의 이익을 앞세울 수 있다는 인식을 주고서는 사무총장 당선을 기대할 수 없는 만큼 정부나 국민의 지나친 관심과 호들갑은 오히려 악재가 될 수 있다. 반 장관의 사무총장 출마가 우리 외교의 유연성을 높이는 계기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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