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오웰(1903~50)은 출세작 '동물농장' '1984'를 낳기 전 런던 길바닥에서 생계를 이었다. 길바닥에 그림을 그려 놓고 행인들이 던져주는 동전이 벌이였다. 사람들이 급료를 받는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사흘간 일하고 보통 3파운드 정도 벌었다. 모자를 들고 군중 속을 도는 조수까지 두었으니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부지런히 그림을 바꾸어야 했다.
◇더욱이 그 구역에 즐비한 다른 그림쟁이들을 제치기 위해 끝없이 아이디어를 짜내야 했다. 오웰의 그림은 일종의 시사만평이었기 때문에 가장 최신의 뉴스를 가미한 풍자를 그렸다. 한번은 자본이라 쓴 보아 구렁이가 노동이라 쓴 토끼를 집어삼키는 만평을 그렸다가 경찰의 단속을 받았다. 경찰은 당장 지우지 않으면 쫓아내겠다고 엄포를 놨다. 그 정도로 그는 인기였다. 그의 작품세계인 사회적 편견과 체제에 대한 야유와 풍자는 그때부터 싹텄다.
◇시사만화는 네 칸 혹은 한 칸 속에 촌철살인의 기지와 은근한 유머로 사랑을 받는다. 때로는 섬뜩할 정도로 권력을 비판하는가 하면 캄캄한 시절에는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메시지로 희망을 전파한다. 시사만화가 누리는 언론의 자유요 특권이다.
◇시사만화의 본래 기능은 풍자다. 특유의 과장 생략 함축의 문법을 통해 권력과 세태를 풍자한다. 근본적으로 정확 공정 사실 진실의 성질을 다투는 뉴스 보도와는 다르고 또 달라야 그 맛이 있다. 따라서 만평을 대하는 독자는 작가의 관점에 흥미를 가지며, 그 관점이 얼마만큼 선명하고, 날카로우냐가 평가 대상이다. 말하자면 만화는 만화일 뿐 내용의 옳고 그른 것을 따지는 시비의 문제는 아닌 것이다.
◇한 덴마크 일간지의 마호메트 풍자 만평이 불러온 이슬람교도들의 분노가 좀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슬람권은 유엔에 대해 '신성모독 금지' 명문화를, 덴마크 정부에 대해서는 공식 사과를 요구하는 한편에선 계속 항의의 불길에 기름을 붓고 있다. 어떤 시각에서는 서방 문화와 이슬람 문화의 충돌이라고 보기도 하는 모양이다. 그들의 신을 모욕하면 사형까지 처한다는 이슬람권의 정서와,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다는 유럽 언론 '표현의 자유'는 언제까지 대결할 것인가. 양측에 이해와 대화를 권하는 자체가 공허할 만큼 과격일로의 정세다.
김성규 논설위원 woosan@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다시 보이네 와"…참사 후 커뮤니티 도배된 글 논란
"헌법재판관, 왜 상의도 없이" 국무회의 반발에…눈시울 붉힌 최상목
전광훈, 무안공항 참사에 "하나님이 사탄에게 허락한 것" 발언
임영웅 "고심 끝 콘서트 진행"…김장훈·이승철·조용필, 공연 취소
음모설·가짜뉴스, 野 '펌프질'…朴·尹 탄핵 공통·차이점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