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꾸려진 한나라당 대구시·경북도당 공천심사위원회가 과연 "엄정하고 중립적 심사를 제대로 할까?"란 우려를 낳고 있다. 공천심사위 구성이 ▷국회의원 중심 ▷당내 인사 과반 ▷당외 인사 구색맞추기 식으로 이뤄져 사실상 국회의원들이 전권을 행사하고, 외부 인사는 들러리로 전락할 가능성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구성비율
대구시당 공천심사위의 경우 국회의원 5명, 당원대표 1명, 외부 인사 5명 등으로 구성됐다. 당초 국회의원은 2명 정도로 국한하려다 5명까지 늘어났고, 당외 인사는 6명으로 과반수 이상으로 구성하려다 1명이 줄었다.
경북도당 공천심사위도 국회의원 5명과 도당 부위원장 2명 등 당내 인사를 7명이나 포진시키고, 외부 인사는 4명으로 한정했다.
이 같은 구성은 공천심사 과정에서 국회의원들 의중을 주로 반영하고, 막판 표결까지 가더라도 과반수를 차지하는 당내 인사들이 결국 공천권을 행사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게다가 공천심사위원으로 대다수 초선 국회의원을 포진시킨 것도 시·도당 위원장과 중진의원들이 공천과정에 쉽게 입김을 행사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전체 공천심사위원 가운데 외부 인사들이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데다 향후 선거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희망할 인사들까지 포함돼 결국 외부 인사들은 공천심사 과정에서 '구색맞추기용'으로 들러리를 서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외부 인사 면면
시당 공천심사위원 가운데 당외 인사인 모 교수는 지난해 10·26 동을 재선거 당시 한나라당 출마희망자로 거론됐고, 본인도 당시 "공천을 준다면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할 생각이 있다"고 출마를 준비했던 인물이다. 도당 공천심사위원인 모씨는 차기 총선 출마희망자로 거론되고 있다.
또 한 당외인사는 부친 때부터 한나라당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고, 또 다른 인사는 모 국회의원과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는 등 외부인사 상당수가 친한나라당 인사들이어서 심사의 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향후 한나라당 공천을 희망할 가능성이 있거나, 한나라당과 직간접으로 관계를 맺어온 인사들이 과연 국회의원 등의 눈치를 보지 않고 공정한 심사를 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따라서 당내 공천과정을 객관적 입장에서 끌고 가겠다는 당외 인사 선임의 근본 취지가 희석됐다는 지적이다.
◆정치권 반응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시·도당 공천심사위원장들은 '공정하고 투명한 심사'에 대해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안택수 시당 공천심사위원장은 "외부인사들은 원칙을 견지하면서 국회의원들을 견제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인기 도당 공천심사위원장도 "공천심사는 공정하게 이뤄질 것이며, 그 과정에 어떤 비리도 있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벌써부터 한나라당 공천심사위 심사과정이 '그들만의 잔치'로 끝날 것이란 시큰둥한 반응이 많다. 상당수 지역 국회의원들이 공천심사위 구성 이전부터 출마희망자들에 대해 '공천심사'에 버금가는 개별면담을 벌인 데다, 이번 공천심사위도 당내 인사 위주로 꾸려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외 인사들은 수적으로 전체의 과반에 미치지 못할 뿐더러 그 면면을 들여다봐도 중립성을 갖고 당내 심사위원들을 견제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 일고 있다.
정치권 한 인사는 "처음 꾸려진 시·도당 공천심사위가 외부 인사를 대폭 참여시켜 중립적이고 공정한 심사를 벌일 것으로 기대했는데 실망"이라며 "학연과 지연에 얽매이지 않고 참신하고 능력있는 인재들을 발탁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병구기자 k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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