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공장소서 이젠 안방까지 침투

누군가 당신의 은밀한 일상을 엿보거나 엿듣고 있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한 상황이지만 몰래 카메라와 소형 도청기의 보급과 구입이 확산되면서 이같은 현상은 실제로 우리 사회 곳곳에서 횡행하고 있다.

백화점 여자 화장실 '도촬'(盜撮), 짝사랑하는 여자 방을 몰카로 들여다 본 공무원, 재건축 시행사 간부 차량에서 발견된 소형 도청기, 이혼소송 중인 남편이 설치한 것으로 보이는 가정집 도청(盜聽) 등은 어제 오늘의 일만이 아니다.

현직 대학교수가 병원 여자 화장실을 몰래 촬영하다가 현장에서 덜미를 잡혔고, 대학 복학생이 캠퍼스 여학생 화장실을 몰래 찍다가 동료 학생들에 잡혀 경찰에 넘겨졌다. 40대 남자 ㅂ씨는 인터넷의 한 사이트를 통해 내려받은 동영상을 본 순간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내와의 침실장면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고 소리까지 선명하게 녹음돼 있었던 것. 그는 몰카 촬영'유포자를 찾아 처벌해 달라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타인의 성행위를 찍은 몰카 동영상은 비싸게 거래(건당 100만~150만원)된다. 이 때문에 러브호텔이나 모텔 등은 늘 몰카 위협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기구의 소형 경량화'첨단화에 이어 저가제품의 출시, 손쉬운 구매도 도촬과 도청을 부추기는데 한몫하고 있다. 요즘 나오는 몰카와 도청기는 대개 무선작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수신 흔적이나 누가 설치했는지 증거를 잡기가 힘들다. 약 1mm정도의 작은 구멍으로 액자, 시계, 벽면 등 생활현장에 꼭꼭 숨어 있어 맨눈으로 찾아낸다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할 때가 많다.

이 때문에 주로 공공장소에서 이뤄지던 몰카와 도청이 이제 개인 사무실이나 차량과 가정집 안방까지 침투하고 있다.

만연하는 도촬과 도청으로 인해 개인의 비밀스런 일상이 언제든 노출될 수 있는 사회. 단속의 사각지대를 옮겨 다니며 음지에서 불특정 다수의 피해자를 노리는 차가운 눈과 귀가 근절되지 않는 한, 사생활의 입지는 점점 좁아질 수밖에 없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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