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레이저 빔 등 첨단장비 동원…탐지 현장을 가다

지난 16일 점심시간 대구시 수성구 들안길의 한 고급 일식집. 불법 감청 설비 탐지업체 직원들이 일식집 주인의 요청에 따라 손님용 방을 점검했다. 정기적으로 도청장치 설치 여부를 점검하는 곳이지만 그렇다고 '대충'이란 있을 수 없다.

탐지업체의 서기호 이사는 "이런 공간에는 도청장치를 주로 탁자 밑이나, 스피커, 환풍기, 에어컨 등에 숨겨두는 일이 많다"며 먼저 눈으로 하나씩 살펴봤다. 다른 직원은 첩보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장비들을 꺼내어 작동시켰다. 그 중 하나인 '스펙트럼 분석기'에 낯선 주파가 하나 잡혔다. 문제의 주파수는 94.8Mhz. 라디오에서 발생하는 주파였다. 다행히 방안에는 무선으로 작동하는 도청장치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스펙트럼 분석기에서 도청장치에서 발생하는 주파가 잡힐 경우엔 정밀장비로 이상 주파수를 분석해 소리까지 확인한다. 그리고 'R3' 등 다른 장비를 활용해 도청장치와 '몰카'의 위치를 찾아낸다.

'호환'마마'보다 더 무서운 도청과 몰카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창이 있으면 방패가 있는 법. 전문가들은 첨단 도청 탐지 장비를 사용하면 반경 50m(최대 1km) 거리 내에 있는 도청장치(송신기)에서 발생하는 무선 주파를 감지할 수 있다고 한다. 몰카도 같은 방법으로 추적할 수 있다. 하지만 기술적으로 송신기에서 보내는 내용을 받는 수신기를 찾는 방법은 없다. 즉 무선의 경우 누가, 어디서 엿듣는지는 알 수 없다.

유선으로 된 몰카를 찾으려면 다른 방법을 활용해야 한다. 유선 몰카는 전파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엔 레이저빔을 쏘아서 생기는 반사광(레이저빔이 몰카 렌즈에 닿으면 반사되는 빛)을 찾아내면 몰카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전화기 도청은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유선전화기를 도청하려면 전화선이나 단자함 등에 도청장치(송신기)를 설치해야 한다. 전문업체의 탐지장비는 1km 이내의 주파수를 잡아내기 때문에 도청장치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다. 하지만 유선전화기와 함께 쓰는 무선전화기의 도청은 막을 방법이 없다. 무선전화기는 송신기 없이 간단한 도청장치(수신기)로 외부에서 주파수만 맞으면 얼마든지 도청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서 이사는 "무선전화기는 쉽게 도청될 수 있어서 가능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했다.

하지만 도청과 몰카의 공포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순 없다. 기술이 발전하고 엿듣고, 엿보고 싶은 인간의 욕구가 사라지지 않는 이상 도청 장비는 진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걷는 사람 위엔 뛰는 사람, 그리고 그 위엔 나는 사람이 있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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