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자! 생명의 땅으로-(6)김천 평촌리 옛날솜씨마을 방문기

추억 여행에 가족 사랑 '모락모락'

지난 11, 12일 이틀 동안 1박 2일에 걸쳐 김천 증산면 평촌리 옛날솜씨마을에 열린 '매일신문 창간 60주년 기념 독자 농촌체험-가자! 농촌으로'에 참가한 분들은 모두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고 합니다. 물론 아쉽고 부족한 점도 있었지만 여러 가지 체험을 통해 가족 간 정이 더욱 두터워지고 새 친구들도 사귀셨다고 하네요. 다음에 꼭 다시 들르시겠다는 분도 많았습니다. 독자농촌체험 제1회 참가자들의 참가 후기를 소개합니다.

■아련한 시절의 추억여행-한용원(44·대구 달서구 대곡동)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번 농촌체험은 고향이 청송인 저에게는 어린 시절 친구들과 어울려 놀던 그 아련한 시절로의 추억여행이었습니다. 또 도시에서 자란 아이들에게는 시골을 체험할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는데 고교생, 대학생인 아이들도 신청할 때는 가기 싫어했지만 막상 다녀와서서는 좋았다고 해 기분이 좋습니다.

모양은 잘 안나왔지만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찐빵을 바로 쪄 먹은 '찐빵 만들기'는 그 맛과 함께 따끈따끈한 추억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딸과 아내가 너무 재미있어했던 짚풀체험 시간에 만든 계란꾸러미에 삶은 계란을 담아 숙소로 가서 먹은 일도 좋은 추억이 될 것입니다. '프레스 플라워' 시간에 만든 펜던트는 차 열쇠고리에 끼워두고 애정어린 눈으로 지금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이번 행사에 수고를 아끼지 않으신 옛날솜씨마을 주민 여러분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평촌리 파이팅 ! (^+^)

■우리 가족의 작은 변화-박윤희(44·여·대구 달서구 죽전동)

저는 조금은 걱정스런 마음에 참가하게 되었어요. 왜냐고요? 남편이 내성적이라 남과 잘 어울리지 못하거든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스스로를 바꾸어 가기를 바라는 마음에 참여를 하게 되었답니다.

저는 농촌생활을 해보지 못했고 아이도 소를 한 번도 직접 본 적이 없어서 마을에 들어섰을 때 소 울음 소리에 너무나 신기해하고 좋아했답니다. 대구에서는 제대로 눈놀이도 하지 못했는데 그 곳에서는 실컷 만져보면서 즐거워했지요. 특히 저희 가족의 경우 이번 여행을 계기로 남편이 앞으로 1주일마다 가까운 근교라도 다녀오자고 해 큰 성과를 거뒀습니다. 저는 직장생활하고 남편은 가게를 하다보니 시간내기가 힘이 들었는데 이번 체험여행이 좋은 추억이 되었습니다.

■고향이 그리워졌어요-남인숙(47·여·대구 서구 평리동)

우선 치열한 경쟁(?)을 뚫고 참가해 기뻤습니다. 딸이 대학생이어서 걱정을 했는데 가서 보니 다양하게 여러 가족이 모인 것이 어쩜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버스에 타는 순간부터 한가족이 되어 서로를 챙기며 잘 어울리는 것도 좋았고요.

저는 시골에서 자라서 농촌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오랜만에 시골 풍경을 보니 어릴 적 제가 싫어하던 가마솥에 소죽을 끓이는 모습이 너무나 정겨워 보였고 옛 생각에 고향이 그리워졌습니다. 특히나 저는 남 앞에서 가르치기만 하다가 할아버지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을 때 상대방의 마음을 알 수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미지의 세계로의 여행-유영말(42·여·대구 중구 남산동)

퇴근하는 남편에게 저녁도 차려주기도 전에 반신반의하면서 신청했는데 이런 행운을 잡다니 올해는 너무 좋을 것 같습니다. 딸은 자꾸 어떤 것을 하는지 물었지만 사실 이런 체험이 처음이라 "여진아, 미지의 세계로 여행을 간다고 생각하고 기대해보자"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처음엔 좀 서먹한 분위기였지만 같은 마음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는 얘기도 나누고 음식도 나누며 정을 쌓았습니다. 마을 주민들도 평화롭고 정이 넘치는 분들이셨고요.참 인상 깊은 것은 옛날 물건이 3천여 점이나 전시돼 있는 농경유물관 관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모양을 갖춰 전시하지 못하고 설명서가 없었던 점은 아쉽습니다.

민박집에서의 하룻밤은 오랜 추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한쪽 벽면을 다 차지한 그 메주 냄새란! 또 넘치는 시골 인심으로 얼마나 방을 뜨겁게 해주셨는지 우리 세 식구는 거의 굽히기 직전이었습니다. 민박집 할머니의 맛있는 반찬, 특히 아침에 먹은 자연산 송이국이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꾸벅!!!

다음날 점심으로 먹은 찰밥이랑 노릇노릇 구운 청어. 그렇게 맛있는 줄 오늘에야 알았습니다. 다른 가족은 반 마리도 못 먹었는데 저희는 두 마리를 뼈만 남기고 몽땅, 꿀꺽!.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시 도시속으로 돌아왔지만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것을 지키시는 분들 감사합니다.

■마음이 부자가 됐어요-최갑숙(42·여·대구 달서구 상인동)

가는 길 중간중간 아직 다 녹지 않은 눈밭, 하얀 눈송이로 예쁘게 옷을 차려 입은 나무들. 도착하기도 전에 이런 정경들이 마음을 설레게 했습니다.도착하여 느낀 주민들의 따뜻한 마중과 농경유물전시관, 손두부 만들기, 찐빵 만들기, 짚풀공예, 프레스 플라워…. 어느 것 하나 흥미롭지 않은 게 없었습니다.

첫날 저녁 짚풀공예를 전수하시는 어른댁에서 묵게 되었는데 할머니께서 마련해주신 매끼 식사가 정말 정성이 가득 담긴 향토음식 그 자체였죠. 대보름 음식과 부름까지, 정말 세심한 배려에 다시 한번 더 할머니께 감사드립니다.

이튿날 들른 청암사 '우비천' 샘터에서는 샘물을 마시면 부자된다 하여 다들 한 모금씩. 정말 마음만은 부자가 된 듯합니다. 지금은 눈이 많이 녹았지만 눈 쌓인 청암사, 생각만 해도 너무 운치있을 것 같아요. 이번에는 참가하지 못한 남편이랑 다시 찾고 싶은 그런 곳이었어요.

■영혼이 정화되는 느낌-김유미(44·여·대구 북구 태전동)

평소 농촌 체험할 기회가 많이 없던 저에게 이번 여행은 새롭고 신선한 경험이었습니다. 지금도 눈에 선하네요. 하얀 솜사탕 같은 눈이 소복이 쌓인 산과 들, 깨끗한 공기, 소박한 마을모습, 친절한 미소…. 도시 생활에 찌들린 제 영혼이 잠시나마 정화되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처음 돌려보는 맷돌에서 하얀 콩물이 가득 흘러나올 때는 탄성이 절로 나왔습니다. 직접 만들어서 가마솥에 찐 찐빵 맛은 어디에다 비할까요? 부녀회장님께 요리법을 전수받아 왔으니 곧 한 번 만들어 볼 참이랍니다.

모자 쓰신 모습이 예쁜 정자집 할머니. 아들 딸 얘기도 해주시고, 사진도 보여주셨는데 참 행복해 보였습니다. 들깨 미역국 맛도 일품이었고요. 할머니 예쁜 모습 오래오래 간직하시고요, 늘 건강하세요. 민박집에서 이불을 덮고 도란도란 얘기 나눴던 윤희 씨, 민지 엄마와의 시간들도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거예요.

정리·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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