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학 정원미달 시대?" 우리에겐 높기만…

대학 정원 미달 시대. 그러나 아동복지시설 청소년들에게 대학은 여전히 넘기 어려운 벽이다. 시설 청소년들은 대부분 실업계 고교에 다닌다. 성적탓도 있지만 '일찌감치 미래를 단념하기 때문'이란 것이 시설 관계자들의 얘기다. 이들은 졸업·입학시즌인 2월이 '가장 힘든 때'라고 한다.

대구에서 가장 큰 아동복지시설인 SOS어린이마을(동구 검사동). 이곳 아이들(106명) 중 고교생은 23명. 이 가운데 일반계 고교를 다니는 아이는 6명뿐이다.

대구시내 일반계 고교 정원은 2만4천여 명으로 실업계 고교보다 3배나 더 많다. 그러나 이곳 아이들은 거꾸로 실업계 고교에 다니는 경우가 인문계에 비해 3배 정도 높다.

설사 대학의 꿈을 꾸더라도 문턱부터 숨이 찬다. 베다니농원(동구 율하동)에서 자라 다음달 대구시내 한 4년제 대학 IT계열 학과에 진학하게 된 김모(19) 군.

"제 등록금(약 500만 원)을 마련하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보육선생님들께 너무 죄송했어요. 장학금을 받기 위해 하향지원을 했지만 등록금 때문에 졸업을 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김 군은 고개를 숙였다.

육영학사(동구 신평동)의 경우, 지난 2000년 이후 대학에 들어간 사례가 단 1건. 애생보육원(동구 검사동) 역시 2000년 이후 딱 1명만 대학을 갔다. 시설 사람들은 등록금 때문에 시설 아이들의 대학 진학은 여전히 어렵다고 했다.

올해 대구시내 시설 아이들 가운데 31명(53.4%·2년제 포함)만이 대학에 들어갔다. 대학이 정원을 못 채우고 있는데도 말이다.

전문가들은 아동복지시설에 머물고 있는 아이들에게 또다시 저학력이란 굴레가 씌워지고, 결국 빈곤이 재생산된다고 했다.

임명호 대구아동복지시설연합회장은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취업전선에 뛰어드는 아이들은 대부분 시설 출신인 것을 감춘다고 한다. '부모 없이 자라서 일탈행동이 많을 것'이라는 주위의 따가운 시선으로 인해 막상 일자리를 구해도 편견 속에서 살아야 한다고 임 회장은 전했다.

전재일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공부를 해도 대학에 진학하기가 어려운 형편이라 성취동기가 생기지 않는데 책을 손에 쥐고 싶은 마음이 들겠느냐"며 "시설은 아이들의 배움까지 책임질 재원이 없는 형편이고 정부도 무대책인 상황"이라며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대구 아동복지시설 고 3학생 일반계·실업계 숫자

연도 ㅣ 일반계 고교생 수 ㅣ실업계 고교생 수

2004년ㅣ17명ㅣ49명

2005년ㅣ17명ㅣ41명

대구시내 아동복지시설 18곳의 대학진학률과 4년제 대학진학률

(자료:대구아동복지시설연합회)

2005학년도: 고 3생 66명 중 32명 입학: 진학률 48.4%(4년제 11명:16.7%)

2006학년도: 고 3생 58명 중 31명 입학: 진학률 53.4%(4년제 13명: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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