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후세인 보좌관회의 도청 테이프

美 abc뉴스서 방영 파문

미국 abc뉴스가 지난 90년대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주재한 보좌관회의의 녹음 테이프를 입수해 15일 방영했다. 이 방송 인터넷판에 따르면 abc는 12시간 분량의 테이프를 유엔 사찰팀으로서 연방수사국(FBI)을 위해 테이프 내용을 번역했던 빌 티니로부터 입수했다. 미국 관리들도 테이프의 내용은 진짜며 이것 이외에도 후세인 전 대통령의 회의상황 등을 녹음한 수백 시간 분량의 테이프가 있다고 말했다.

abc가 공개한 내용 가운데 가장 주목되는 것은 90년대 중반 후세인 전 대통령이 미국에서의 테러공격 가능성을 언급한 내용이다. 후세인은 "테러가 다가오고 있다. '8월 2일' 이전에 앞으로 대량살상무기를 통한 테러가 있을 것이라고 미국인과 영국인들에게 말했다"며 "워싱턴에서 핵폭발을 일으킬 부비트랩 장착 차량이나 세균 공격, 화학무기 공격을 막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abc는 '8월 2일'은 90년 8월 2일 이라크의 쿠웨이트 공격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그는 이라크가 이런 일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타리크 아지즈 전 부총리는 "생물학 무기는 만들기 쉽다. 어느 생물학자든 생물학 무기 한 병을 만들어 물에 뿌리면 10만 명을 죽일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국가가 할 일이 아니다.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테이프에는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은폐와 관련된 대화도 녹음돼 있었다. 95년 5월 하순 또는 5월에 열린 한 핵심 보좌관회의에서 후세인과 보좌관들은 유엔 사찰단이 이라크가 부인해 온 생물학 무기 프로그램의 증거를 발견한 데 대해 논의했다.

회의에서 당시 이라크 대량살상무기를 담당했던 후세인의 사위인 후세인 카멜은"무기의 종류, 수입한 재료의 양, 사용량, 생산량 등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카멜은 같은 해 8월 요르단으로 망명신청을 했으며, 이라크는 이후 생물학 무기를 은폐했음을 시인해야 했다. 카멜은 이듬해 2월 이라크로 돌아갔다가 피살됐다.

피트 획스트러 미국 하원 정보위원장은 "후세인은 대량살상무기에 집착하고 있었으며 유엔 사찰단들에게 이를 은폐하려 했다"며 미 정부는 아직 분석하지도 않고 공개하지도 않은 3만5천 박스 분량의 테이프와 서류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대량살상무기 미국조사단 대표인 찰스 듀얼퍼는 이 테이프가 이라크의 광범위한 기만 행위를 보여주고 있지만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당시에도 대량살상무기들이 숨겨져 있는지는 입증해주지 못한다고 말했다.

abc에 테이프를 제공한 티니는 "사찰단원 및 군복무라는 나의 경험으로 미뤄볼 때 이 테이프는 상당히 중요하다"며 미국정부가 이들 테이프 및 수백 시간 분량의 다른 녹음 테이프를 일반에 공개하지 않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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