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남자들이 거리를 메운다. 파마머리에 귀고리는 옛 이야기다. 꽃무늬 레이스가 달린 재킷에 파운데이션으로 분칠한 뽀얀 얼굴들이 오간다. 예쁜 남자들이 늘어나면서 여자들도 자신감 넘치는 거친 남성보다는 예쁘게 치장한 남자들을 선호한다고 한다. 터프가이를 밀어내고 예쁜 남자가 인기 1순위가 됐다는 것이다. 젊은 직장 남성들이 출근 전 모양내기와 화장하기에 제일 많은 시간을 쓴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영화 '왕의 남자'의 돌풍은 우연이 아니다. "예쁘고 싶다"는 남성들의 욕망과 꽃미남을 선호하는 여성들의 눈높이에 제대로 맞아떨어진 것이다. 미장원에서부터 피부 클리닉을 찾는 남성 고객도 넘쳐난다. 성형외과 수술대에는 깎아 놓은 듯한 얼굴을 원하는 남성들이 밀려들어 귓불을 늘리고 보조개를 넣는다. 남성을 겨냥한 패션잡지 창간도 잇따른다.
◇외모와 치장에서 변화하는 남성의 유행을 구분 짓는 용어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메트로 섹슈얼(패션과 외모에 관심이 많아 자신을 가꾸는 남성), 위버 섹슈얼(거친 듯 부드러운 남성)을 거쳐 크로스 섹슈얼의 물결이다. 여성의 옷이나 머리 스타일 액세서리 등을 남성의 패션 코드로 받아들여 이런 치장을 즐기는 남성들을 지칭한다. 크로스 섹슈얼은 말투나 행동은 여전히 남성답다는 점에서 태생적으로 '여자 같은 남자'와 구분된다.
◇예쁜 남자들 등장엔 여성들의 변화도 한몫한다. 이른바 콘트라 섹슈얼의 등장이다. 사회적 성공을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대신 안정된 기반이 축적되기 전까진 결혼이나 출산, 육아에 무관심한 여성군이다. 조건 없는 섹스는 즐기되 섹스와 데이트를 가장 중요하게도 여기지 않는다. 일과 사랑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지 않으려 하지만 최상위 가치는 사회적 성공이다. 이런 여성들에게 꽃미남은 작업 대상이다.
◇남성의 여성화를 보는 사회의 시각도 다양하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시각도 여전하지만 예쁘고 싶은 동물적 본능으로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이도 많다. 사회적 역할에서 남녀 구분이 무너지고 있는 사회 현상이자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청년들의 반감이 표출된 것으로도 이해한다. 현실 문제로 고민하는 청년들의 불안감이 기성사회에 대한 반작용으로 표출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역할의 변화가 옷과 스타일도 바꾸는 모양이다.
서영관 논설위원 seo123@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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