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말·휴일 불법 게릴라 현수막 판친다

공무원들이 주5일 근무에 들어간 이후 단속의 손길이 없는 틈을 이용, 주말과 휴일이면 대구시내 거의 모든 네거리가 불법 광고물로 도배되고 있다.

불법 광고물 탓에 비용을 들여 지정 광고물 게시대를 이용하는 '준법(遵法) 업자'는 억울해하고, 시민들은 보행에 지장을 받는 등 '불법 광고물 공해'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주말 대구 중구 반월당 네거리. 20개 남짓한 학원, 음식점, 문화공연, 아파트분양 광고 현수막들이 네거리 신호등 지주마다 달려 있었다. 이른바 '게릴라 현수막'.

불법 현수막들 중에는 '게릴라 현수막을 만들어준다'는 선전 현수막까지 끼어 있다.

한 현수막업체에 '게릴라 현수막을 달고싶다'고 전화를 걸자 '상세한 가격대'는 물론 "아파트, 거리, 학교 앞 어디든지 가능하지만 차량과 사람이 많이 지나다니는 곳이 가장 좋다"는 '친절한' 설명이 이어졌다.

게릴라 현수막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건 벌써 2년 전. 처음에는 1, 2개 업체에 불과했지만 대구 8개 구·군청이 지난해 7월부터 주5일제 근무에 들어간 이후 급격히 증가했다.

게릴라현수막 가격은 지정게시대 비용의 절반 수준. 게릴라 현수막 업체들은 '현수막 제작에서부터 설치, 철거'까지 모두 책임지며 현수막 제작비가 2만~3만 원선, 설치·철거비가 1만8천 원 안팎"이라며 "많이 걸면 걸수록 값을 깎아 준다"고 했다.

한 업주는 "달구벌대로를 따라 주요 네거리에 걸리는 주말·휴일 현수막가운데 70~80%가 게릴라 현수막"이라고 했다.

지정게시대에 광고를 하고 있는 한 식당업주는 "10만 원 가까이 들여 합법적인 지정광고게시대를 이용하고 있는데 요즘 추세를 보면 울화통이 치민다"며 "법을 지키는 사람만 손해 보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발끈했다.

하지만 단속이 안된다. 구청 관계자들은 "최초 적발된 이후 다시 적발되어야 500만 원 이하의 이행강제금을 물릴 수 있지만, 눈치 빠른 이동차량들이 계속 다른 구로 옮겨다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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