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를 비교적 만족스런 환경속에서 행복하게 보내고 있습니다. 남은 인생 봉사까지 하며 살고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지요."
대구에서 경북중·고교를 졸업하고 경북대 사범대를 졸업한 뒤 부산에서 교직생활을 마감한 진대기(70)씨와 부인 윤숙자(68) 씨. 그들은 퇴직이후의 삶을 고민하다 2004년 10월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에서 2시간 거리인 앵겔레스에 정착했다.
진씨는 한달 퇴직연금 176만원으로 이곳에서 큰 불편없이 살아가고 있다. 그가 살고 있는 집은 고급 주택가인 '카르멘 빌라'. 대지만 100여 평이 넘는 전원주택이지만 월세는 고작 22만원이다. 가사도우미도 어느새 2명으로 늘었다. 한 명은 집에 상주하며 다른 한 명은 출퇴근한다. 지난해 영어공부를 위해 이곳으로 온 외손자 김태연(11.OB몬테소리 초교5) 군과 친손자 진주호(9.OB몬테소리 초교3) 군 곁에는 필리핀 대학을 나온 엘리트 가정교사 크리스틴 산토스(24.여)씨도 있다. 자신도 이 가정교사에게 매일 저녁 영어를 배우고 있다. 비용도 저렴해 1시간당 125페소(약 2천500원) 수준.
진씨는 특히 신선한 재료의 음식을 사는데 돈을 아끼지 않는다. 한달 식재료비만 50만원 정도를 쓴다. 1주일에 2, 3번은 클락 공군기지내에 있는 골프장에서 쌓였던 피로를 푼다. 가끔은 시내에 있는 온천에 가서 200페소(약 4천 원)를 주고 온천욕을 즐긴다. 이곳에선 500페소(약 1만 원)면 전신마사지도 받을 수 있다.
이곳 한인학교 교장인 진씨는 "한인학교도 첫해 20명에서 올해 100여 명이 넘을 정도로 성장했다"며 "이곳에서의 편안한 삶도 좋고 봉사할 수 있는 터전이 마련돼 더없이 기쁘다"고 했다.
하지만 항상 좋았던 것만은 아니다. 지난해 초에는 향수병으로 3개월간 마음고생을 단단히 했다. 주변에 같은 나이또래의 노인들이 없어 외로움이 더했다. 그는 "하루에도 수십번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곤 했다"고 털어놨다.
아내 윤씨도 "처음 정착할 때 무료한 시간을 달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며 "전화요금, 전기세, 수도세, 관리비 등을 각 기관에 찾아가 따로 내야했기 때문에 일이 너무 많아 이중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진씨는 "앞으로 2년여동안 한인학교에서 더 봉사한 뒤 고국으로 돌아가 또다른 봉사활동을 펼치겠다"며 "여러 조건을 고려해볼 때 이곳 필리핀 앵겔레스도 은퇴 노후 설계지로 추천할만하다"고 말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 : 50여 평에 이르는 진대기씨 집 정원. 길게 뻗어있으며 1년내내 녹음이 우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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