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여섯 즈음이던가. 아줌마들이 큰소리로 웃는 모습이 너무 낯설고 신기해서, 저 나이에 뭐 그럴 일 있다고, 우린 결코 저런 웃음보이지 않으리라 다짐하듯 서로 눈길을 주고받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서른이 넘고, 마흔도 훌쩍 넘어, 중후한 쉰을 바로 눈앞에 두고도 우린 철부지 소녀보다 더 수다스럽고 더 깔깔대길 좋아한다.
참 화창한 유월 어느 날이었나. 가까이 지내던 친구가 갑작스레 먼 이국땅으로 이사를 간다나 어쩐다나.
잠시 모든 일과를 접고 송별회 겸 야외나들이를 계획하는데 역시 아줌마답게 웃고 떠드느라 열 두 번도 넘게 새집을 짓고 허물었다(?)
결국 계획한 곳도 못 가고 가까운 청도 각북의 한적하고 평화로운 시골집에서 나름대로 정성들인 식사와 차를 즐기면서 기념촬영까지.
시키지 않아도 눈여겨둔 곳에 우르르 퍼지르며, 웃어라 주문 없이도 너무 잘 웃어 마냥 즐겁던 오후 한때.
서로 슬쩍 닿는, 세월에 단단해진 어깨와 다리가 그날따라 어찌나 정겹고 푸근하던지.
사랑한다 친구들아.
권 현주(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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