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해외에서 노후를) 향수병·건강 등 주의

필리핀의 바기오와 앵겔레스는 과연 은퇴이민의 천국일까? 정말 월 200만원만 있으면 귀족처럼 살 수 있을까? 정답은 '사람마다 다르다'이다. 이곳에서 비교적 풍족하고 편안한 삶을 누리는 노후 생활자도 있지만 언어와 향수병, 치안, 의료 등의 문제로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이다.

해외에선 조그만 문제가 의외로 큰 문제로 번질 수 있다. 특히 취미 등의 면에서 부부가 다른 생각을 갖고 있을 경우 갈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남편은 골프, 술 등을 즐기지만 아내는 그렇지 않을 경우 현지에서 외로움에 시달리며 향수병에 걸리게 된다.

진대기씨 부부는 "해외에서 마냥 즐거울 것이라는 환상만 갖고 온다면 차라리 한국에서 200만원으로 더 알차게 노후생활을 찾는 편이 낫다"고 충고했다.

▲생활=건강이 나쁘면 의료보험 혜택도 받을 수 없는데다 응급상황 발생시 대처능력이 떨어지며 의료상담을 받아도 도저히 알아들을 수가 없어 난처한 상황을 겪게 된다. 대부분의 해외 체류자들도 수술 등은 우리나라로 돌아와 받는다.

의사소통 문제도 크다. 그나마 필리핀은 영어를 사용해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하지만 노후에 외국어를 배운다는 것은 또다른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다. 전웅기 씨는 "아내는 주로 현지 한국인들과만 대화를 나눠 활동범위가 제한돼 있다"고 했다.

치안은 다소 불안하다. 필리핀은 우리나라 1960∼70년대의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에 경찰력 부재로 인한 치안행정이 제대로 돼 있지 않으며 살인사건이 나도 제대로 수사조차 이뤄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필리핀 루손섬 북부지방의 경우 반군들이 활동하고 있는 지역이기 때문에 혼자서 여행하기에는 위험하다.

필리핀 중부 루손 윤기영(57) 한인회장은 "앵겔레스 인근 버스정류장, 시장 등에 가보면 위생상태도 좋지 않으며 식당도 깔끔하지 못해 여러 가지로 불편한 점도 감수해야 한다"고 했다.

▲물가=동남아 물가는 우리나라의 3분의 1수준이다. 필리핀의 경우는 인건비가 워낙 싸 중소도시나 농촌지역으로 가면 10분의 1정도도 되지 않아 한국돈의 위력을 새삼 실감할 수 있다.

농수산물도 싱싱한 것을 쉽게 구할 수 있으며 식재료비 30만원 정도면 최고급으로 먹을 수 있다. 차 연료비는 휘발유가 1ℓ당 600원 정도로 우리나라의 절반정도.

하지만 공산품은 다르다. 수입차량의 경우 한국보다 더 비싸며 한국차도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비싸게 주고 사야 한다. 우리나라보다 더 높은 비율의 세금을 부과하기 때문. TV, 냉장고 등 가전제품도 현지 물가에 비례한 싼 가격을 기대해선 안된다.

특히 필리핀 마닐라,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 태국 치앙마이 등 대도시의 경우는 그다지 물가가 싸지 않아 호텔, 공항 등에 가면 우리나라와 '별 차이가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콸라룸푸르 인근 한국인 집단거주지역인 셀랑고르 주 암팡 시에 살고 있는 이원규(50), 박명희(47)씨 부부는 "두 아들의 교육문제 때문에 제대로 누리고 살려면 300만∼500만원은 족히 든다"고 밝혔다. 이 부부는 "물가는 싸지만 불필요한 지출은 최대한 줄이고 있다"고 털어놨다.

또 태국 북부 관광도시인 치앙마이에 사는 김호운(72)·한영숙(69) 씨 부부는 "태국의 국민소득이 갈수록 높아져 앞으론 월 200만원으로 귀족처럼 사는 것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단언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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