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스페셜리스트가 뜬다…이색 직업 두가지

지금까지의 직업이 상식과 인성을 바탕으로 한 제너럴리스트 위주였다면 앞으로의 시대는 전문화된 스페셜리스트를 원하고 있다. 대한 상공회의소는 첨단과학, 문화, 웰빙 산업 분야가 각광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여기, 특별한 일에서 보람을 찾는 두 사람의 직업인이 있다.

◆애견 장례사

지난 14일 오후 대구시립화장장. 사체를 태우는 화로 앞에서 서종안(42)씨는 잠시 눈을 감았다. 이윽고 한 줌 재가 담긴 유골함을 넘기자 주변에서 참았던 흐느낌이 터진다. 다음 세상에는 사람으로 태어나길 빌었을까... 유골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개. 서씨는 애견 장례사다.

서씨는 지난 2002년부터 이 일을 해오고 있다. 애견 문화가 확산되면서 생긴 신종직업인 셈이다. 창업 동기는 개인적인 경험이었다.

"키우던 개가 수명이 다해 죽었는데 어디 묻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버릴 수도 없고, 참 난감하더라구요". 식구처럼 키우던 개가 죽었지만 막상 장례를 치르려니 답답했다고 털어놨다. 서씨는 결국 한 인터넷 애견장례 사이트에 의뢰, 대구에서 개를 화장시킬 수 있었다.

애견 장례는 사람의 그것과 비슷하다. 서씨는 고객의 요구에 따라 정식 장례와 간편 장례를 해주고 있다. 전자의 경우 강아지를 염한 뒤 전용 오동나무관에 입관, 삼베 수의까지 입혀 장례를 치른다. 후자 경우는 삼베에 싸서 화장을 시켜준다. 간편 장례에 드는 비용은 15만원 정도다. 직업상 어려움도 적잖다. 사고로 죽은 개의 사체를 수습하는 일은 큰 담력을 필요로 한다.

슬픔의 강도도 사람에 비해 결코 가볍지 않다. "입관할 때 기절하는 사람까지 봤습니다. 10명중 9명은 화장장에서 눈물을 흘리죠". 서씨의 사이트(www.any1004.net)에는 죽은 애견을 추모하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그는 투 잡스다. 택배일을 하면서 고객의 의뢰가 있으면 장례에 나선다. 서씨에 따르면 애견 장례는 한 달에 20건 안 팎. 경기 위축으로 사업초기보다 일이 줄었다고 했다.

"식구가 죽으면 아무데나 묻을 수 없지 않습니까. 누군가는 이 일을 해야죠". 애견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요즘 그는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장기 이식 코디네이터

대구 동산병원 1층 장기이식 사무실 출입문에는 이런 영문 문구가 씌여 있다.

'당신의 장기(organs)를 천국으로 가져 가지 마세요. 하나님은 우리가 그 장기를 이곳에서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고 계십니다.(영문번역)'.

주신헌(43.여) 간호사가 이 곳에서 근무한지도 벌써 8년째. 지난 84년부터 동산병원 내과.외과, 중환자실에서 근무한 임상경력까지 합하면 20년이 넘는다. 주 간호사의 직업은 '장기 이식 코디네이터'다.

"장기 이식 업무가 예전부터 병원내에 있어왔지만 '코디네이터'라는 이름으로 확립된 것은 불과 최근의 일입니다".

그는 장기 이식이 이루어지는 상황을 처음부터 끝까지 조정하는 일을 수행한다. 수혜자와 기증자, 의사들과 한 팀이 되어 효과적으로 장기 이식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물론 환자가 사망할 때까지 관리하고 책임진다.

이처럼 간단한 정의와는 달리, 병원내 이식환자 관리뿐 아니라 타 지역 병원, 국립장기센터, 뇌사판정 위원회, 검찰까지 여러 기관와 관련한 행정업무를 치밀하게 해내야 한다.

생명을 다루는 일의 특성상 긴장감은 말할 수 없다. 24시간 '콜' 대기다. 뇌사환자가 한 밤중이나 새벽 언제든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별도 이수과정은 없지만 신경외과, 내과 등 최소한 5년 이상의 풍부한 임상경력도 필수다.

그러나 무엇보다 힘든 것은 사경에 이른 환자가족에게 '뇌사판정시 장기기증에 동의해달라'고 설득하는 일이다. "한 동안은 보호자로부터 '다시는 병실에 발 붙이지마라'고 험한 소리 듣기가 예사였어요". 이런 사정 때문일까. 선망만 가지고 이 일에 지원을 하지는 말라고 주 간호사는 충고했다. "장기 이식을 받아 새 생명을 얻는 환자들을 보는 일이 가장 큰 보람이죠".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정재호 편집위원 newj@msnet.co.kr

사진 : (위)애완견 장례사 서종안씨가 애완견이 담긴 관을 화장터로 옮기고 있다. (아래)장기 이식 코디네이터 주신헌 간호사가 환자 가족과 장기 이식 절차를 상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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