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필리핀 중부 레이테 주의 한 마을을 삼킨 산사태로 인한 사망자 수가 1천5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됐다.
로제트 레리아스 레이테 주지사 등 관계자들은 사고가 발생한 세인트 버나드 읍의 기인사우곤 마을이 10m 이상의 진흙에 파묻쳐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황폐화됐으며, 진흙에 매몰된 사람들까지 포함할 경우 실제 사망자 수는 1천5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했다.
필리핀 적십자사의 리처드 고든 총재는 18일 오전까지 사망자 200여명에 실종자 1천500명선이라고 밝혔으나 목격자들과 구호대원들은 더딘 구조활동 등을 고려할 때 실제 사망자는 시간이 흐르면서 훨씬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했다.
한때 375 가구에 2천500여명의 주민들이 거주했던 이 마을 주민들 가운데 지금까지 생존이 확인된 사람은 53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수습에 나선 민방위 관계자들은 마을로 통하는 도로가 산사태로 사라지면서 진입이 힘들어 정확한 피해 상황은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다리오 리바탄 씨는 DZMM라디오 방송과의 회견에서 "마치 산이 폭발하는 것 같았으며, 순식간에 모든 것이 무너져 버렸다"며 참혹했던 사고 순간을 회상했다.
그는 이어 "눈 깜짝할 사이에 서 있는 것이라고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목격자들은 마을을 순식간에 휩쓴 진흙 깊이가 10m 이상이라고 전했다.
적십자사 관계자들은 사고 당시 초등학교 강당에서는 보건기념일을 맞아 학생들과 지역 보건소 관계자 등 250여명이 행사를 진행 중이었다면서, 현재로서는 피해자 수가 추산치이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서 희생자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우려했다.
현지에서 취재 중인 기자들도 수백채 이상이던 마을 가운데 지금은 불과 몇 채만이 형체를 알아볼 수 있을 정도며, 나머지는 모두 파묻힌 상태라고 보도했다.
글로리아 아로요 대통령은 사고 직후 전국에 중계된 TV 긴급연설을 통해 육, 해, 공군을 현장에 구조대를 파견하고 있다면서 특히 사고 지역을 관할하는 해군과 해경 함정을 급파해 병원선 겸 사고수습대책본부 역할을 하게끔 지시했다고 밝혔다.
국방부측도 헬기를 동원해 응급환자 공중수송과 구조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또 민간단체들도 나서 재해민들에게 제공할 식수, 식량, 의약품 등 구호품과 피해자들의 사체를 담을 백을 수집해 현장으로 급파하고 있다고 밝혔다.
레리아스 주지사도 TV방송과의 회견에서 사고 지역에서 지난 10일간 집중폭우가 쏟아졌으며, 이로 인해 이미 20명 이상이 산사태로 목숨을 잃은 상태라고 밝혔다.
레리아스 주지사는 또 이번 참사에 앞서 사고 발생 지역 주민 상당수를 사전에 대피시켰으나 많은 주민이 비가 그칠 것이라는 말을 듣고 이날 오전 귀가했다 참변을 당했다고 설명했다.
에바 톰솔 주의원도 사고 직전까지 기온사우곤 마을에는 2천500여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었으나 현재 형체를 알아볼 수 있는 가옥 수는 3채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마을 진입로가 끊어진 데다 온통 진흙밭인 피해현장의 구조활동도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구조대원들은 해가 지자 일부를 제외하고는 거의 구조활동을 할 수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사고 직전 리히터 규모 2.6의 약한 지진이 있었으며, 이것이 산사태를 유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다수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벌목과 10일 넘게 계속된 집중호우로 지반이 약화되면서 대형참사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특히 적도 해상의 수온을 떨어뜨리고 강풍 등을 동반한 라니뇨 현상에 따라 이번 참사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풀이했다.
한편 트렌트 더피 미 백악관 대변인은 필리핀 정부의 요청에 따라 미국은 에섹스호와 하퍼스 페리호 등 2척의 해군 함정을 구조활동 지원을 위해 현지에 파견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또 필리핀군과의 합동군사훈련을 위해 피해 발생 인근 지역에 배치된 6천여명의 병력과 수송기 등도 구조활동 지원에 투입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일본 외무성도 성명을 통해 고이즈미 준이치(小泉純一郞) 총리 명의의 애도전문을 아로요 대통령에게 보냈으며, 지원 의사도 함께 전달했다고 밝혔다.
레이테 섬에서는 지난 1991년 집중호우와 이로 인한 산사태로 6천여명이 목숨을 잃은 사고가 발생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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