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 매장의 꽃으로 불리는 마네킹. 주머니 사정만 허락한다면 마네킹이 입고 있는 옷 한 벌을 그대로 쫙 빼 입고 싶다는 충동을 누구나 한번쯤 느꼈을 것이다. 계절을 앞서가는 패션에다 최적의 액세서리와 코디네이트까지 조화를 이룬 덕분에 마네킹은 그야말로 닮고 싶은 선망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마네킹에는 눈속임(?)이 있다. 단순히 옷만 똑같이 입는다고 마네킹의 분위기를 흉내낼 수는 없다. 이유는 신체 사이즈 때문. 여성 전신 마네킹의 경우 말 그대로 깎아놓은 듯한 팔등신 몸매를 자랑한다. 가슴둘레 32인치, 허리 25인치, 히프 36인치, 허벅지 18.5인치가 가장 보편적인 마네킹의 신체 사이즈. 아울러 키는 178~180㎝이며 상반신은 75㎝가량, 하반신은 105㎝가량이다. TV에 등장하는 슈퍼모델 정도라면 모를까, 같은 옷을 입어도 '태'가 날 수 없는 이유다.
가뜩이나 기죽이는 마네킹이 이젠 표정과 자세까지 바꾸고 있다. 여성 마네킹은 군살 하나없이 완벽한 55 사이즈의 몸매에 금발의 가발을 쓰고 차렷 자세로 가만히 서 있는 것이 지금까지 마네킹의 전형적인 포즈. 하지만 최근 들어 도발적인 포즈로 앉아있거나 비스듬히 서 있는 등 도도한 자세의 마네킹이 등장하고 있다. 사람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화장까지 곱게 한 마네킹, 만화책 주인공처럼 재미있는 표정을 짓는 마네킹까지 속속 등장하면서 고객들의 걸음을 멈추게 한다.
롯데백화점 여성매장의 '오브제'와 '오즈세컨'의 마네킹은 양팔을 벌리거나 앉은 자세에서 한 팔을 뻗는 등 역동적인 자세를 취한다. 예전의 공주처럼 다소곳하고 예쁘기만 한 스타일이 아니다. 오즈세컨 김은정 숍매니저는 "팔을 옆으로 뻗은 역동적인 모습의 마네킹이 선보이면서 매장을 찾는 고객들이 늘었다"며 "요즘 마네킹은 그저 옷을 전시하는 옷걸이 기능보다는 실제 옷을 구매한 고객들이 실생활에서 활동할 때 어떤 모습으로 비쳐질지 가늠해 볼 수 있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에고이스트' 매장의 마네킹은 아예 긴 속눈썹을 하고 화장까지 했다. 에고이스트 숍매니저는 "고객들이 한참동안 마네킹이 신기한 듯 구경하거나 만져보다가 매장에 들어와 상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며 "마네킹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고 했다.
젊은 내의를 강조하는 보디가드 매장의 마네킹은 만화책 주인공 같은 익살스런 표정이다. 젊은 층을 겨냥한 재미있고 독특한 내의가 주요 상품인 만큼 그 이미지에 맞춰 마네킹도 젊은 세대가 좋아하는 만화적인 이미지로 바꾼 것.
대백 프라자점 4층 '베네통', '올리브데 올리브', '타미 힐피거' 등 여성 캐주얼 매장에서는 앉아있는 마네킹을 선보이고 있으며, 5층 남성복 '타미 힐피거'에서는 아예 마네킹이 소파에 편안하게 앉아있다. 9층 영타운 '타미 진' 숍매니저 김나영 씨는 "사람들의 개성이 다양한 것처럼 마네킹의 개성도 다양해지며, 단순히 상품을 입히고 보여주기 위한 수단을 넘어서 새로운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도 한다"며 "앉아있는 마네킹을 선보이고 나서는 젊은 층 고객들의 매장 방문이 더 늘어났다"고 했다.
대백 프라자점 9층 '빈폴 진' 매장에서는 청바지를 강조하기 위해 아예 상반신이 없는 마네킹에 청바지를 입혔다. 또 캐주얼 속옷 전문매장 '바쉬'에서는 속옷을 강조하면서 좁은 공간에 선보이기 위해 상체부문의 등판이 없는 반쪽자리 마네킹도 선보였다. '캘빈클라인' 매장에서는 정상적인 마네킹을 축소시킨 미니 마네킹을 작년 말부터 선보이기 시작했다.
마네킹의 표정이며 생김새도 매장의 성격에 따라 달라진다. 영 캐주얼 매장의 경우 마네킹은 다리가 길고 얼굴이 가늘며, 주로 역동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젊은 고객들에게 활동적이고 밝은 이미지를 심어 주기 위한 전략. 남자 마네킹의 경우 짧은 머리에 모자를 쓰고 티셔츠에 캐릭터 점퍼를 입고 청바지를 즐겨 입은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비해 여자 마네킹은 긴 생머리 또는 단발형 머리에 여성스러우면서도 생기발랄한 모습을 나타낸다. 또 직장인을 타깃으로 한 캐릭터 캐주얼 매장의 경우는 지적인 이미지를 나타내면서 약간은 차가운 듯한 모습이 많다. 대신 주부층을 대상으로 한 여성 정장의 경우는 눈, 코, 입술까지 선명하게 나타나며, 머리는 퍼머한 단발스타일이 주를 이룬다. 세밀하게 묘사된 마네킹의 경우 얼굴에 립스틱까지 바를 정도로 선명한 인상을 풍긴다.
대개 전신 마네킹 가격은 20만~30만 원 선. 부분 마네킹은 10만 원 이하도 있다. 그러나 특이한 포즈를 취하거나 표정이 있는 주문형 마네킹은 가격이 이보다 훨씬 비싸진다. 동아백화점 쇼핑점 박용진 과장은 "각 브랜드가 추구하는 이미지와 마네킹의 이미지가 잘 조화를 이뤄야 상품 매출도 높아지고 고객들의 반응도 좋아진다"고 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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