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원주택)청도군 각북면 강상윤씨 집

지난 14일 오전 강상윤(50)씨는 청도 각북면 남산1리 자신의 집 마당 한 쪽, 비닐 하우스에서 그라인더로 돌을 깎느라 한참 씨름중이었다. 돌에 식물을 붙여 키우는 '석부작'(분경·盆景)용 받침 돌을 다듬는 작업이었다.

"집 주인은 어디 계십니까?"

"내가 주인인데요?" 반백에 노란 고무줄로 질끈 묶은 말총머리. 돌가루가 날리는 허름한 작업복. 정자가 딸린 연못과 잔디정원이 펼쳐진 저택의 주인으로는 보이지 않는 차림이었다. 그는 바쁘지 않는 날이 없다고 했다. "잔디 다듬고, 꽃에 물 주고, 돌 깎다 보면 하루 해가 훌쩍 갑니다. 여간 바쁘지가 않아요." '아자방(亞字房·우리 것을 공부하는 곳이라는 뜻)'. 강씨는 지인이 지어준 것이라며 자기 집 이름을 소개했다. 장래 이곳에 조각공원, 민속박물관을 열고 싶다고 했다.

◆ 우리 집은 오늘도 변신중

"늘 봐도 생각이 많아요. 나무 한 그루를 봐도 '다르게 놓아 보면 어떨까.' 우리 집은 매일매일 변하고 있습니다. 한가할 틈이 없죠."

경남 창원이 고향인 강씨는 13년 전쯤 1천여 평에 달하는 이 부지를 매입했다. 원래 가옥과 축사가 있던 곳이었다. 창원과 대구를 오가는 일이 잦았던 그에게 이 곳의 탁 트인 전망과 한적함은 매력적이었다. 집을 짓고 이사를 와 산 지는 10년쯤 됐다고 했다.

강씨 집 마당에 들어서면 집 주인이 지난 10년간 조경에 쏟았을 애정이 한 눈에 드러난다. 입구 왼 편으로 보이는 정자가 우선 눈길을 끈다. 기둥의 바랜 색감과 묵은 때가 초보 눈에 200~300년은 됨 직하다.

"다들 그러시더라구. '동네 재실에서 그대로 옮겨 온 거 아니냐'고. 건축비가 모자라서 1년쯤 쉬었다 지었더니 비·바람을 맞아 이렇게 자연스런 결이 나왔어요".

정원에는 수 십 여종의 천연석과 돌 조각품, 화초, 분재가 저마다의 멋을 뽐내고 있다. 아직 겨울이라 수련 화분은 비닐로 꽁꽁 싸매놨다. 족히 700여 평은 될 것이라는 것이 강씨의 설명이다. "마당 가득히 수련이 피는 7, 8월이 되면 한 폭의 그림입니다".

◆ 한옥 살려면 한옥 공부해야

아자방에는 집이 두 채다. 두 채 모두 한옥 기와를 얹은 전통 가옥 형태다. 모두 한옥 건축 경험이 많은 전문 목수가 지었다. 대문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35평 가량의 살림채에는 강씨 내외와 어린 딸(6)이 함께 살고 있다. 특이하게 벽채에 돌을 붙여 지은 이 집은 지난해 겨울부터 증축중이다.

정원을 가로질러 보이는 25평 크기의 한옥에서는 민속품 전시와 찻집을 운영중이다. 착공 2년만인 지난 해 여름 완공했다는 문구가 상량에 새겨져 있다. 마루에 올라서 보면 집 짓는데 24t 화물차 7대분의 원목이 들었다는 주인 말이 실감난다. 목수들이 소나무를 쓰자고 했지만 굳이 제주도 삼나무를 고집했다고 한다. 습도 조절이 잘 되고 나무 결이 아름다워서였다.

"자연과 조화되기는 양옥보다 한옥이 더 낫지 않나요? 또 기와만 올렸다고 다 한옥은 아니죠". 강씨는 한옥 예찬론자다. 한옥 전문서적이나 옛 집을 돌아보며 한옥을 공부하고 있을 정도다. 한옥 내부에는 오래된 문갑, 교자상, 뒤주, 도자기, 소반, 유화 등이 전시돼 고풍스러움을 더했다.

◆ 전원생활, 겉 멋 버려야

"자연 속에 편히 쉴 수 있는 자리 하나 만들면 그게 전원 생활아닙니까? 전원주택이라고 해서 꼭 으리으리하게 지을 필요가 없지요. 돈 자랑도 아니고…."

강씨는 전원생활을 생각하는 이들에게 집 자체보다는 주변과의 조화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충고했다. 시일이 걸리더라도 조경이 안정되고 나서야 집을 지으라는 것이다. 또 전원 주택의 크기도 자기 집을 제 손으로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인 300~500여 평이 적당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부부가 무리하지 않고 일 할 수 있는 정도의 텃밭도 필수라고 했다.

강씨는 "딸 애가 가끔 아파트 사는 친구를 부러워해서 그렇지 요즘은 젊은 사람들이 한옥이나 우리 전통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며 뿌듯해했다.

글·최병고기자 cbg@msnet.co.kr 사진·정재호 편집위원 newj@msnet.co.kr

사진 : 청도군 각북면에 있는 아자방 주인 강상윤 씨는 한옥양식의 전원주택과 소박함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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