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9일 개편 시내버스 '우려는 없나?'

19일부터 대구 시내버스 노선이 전면 개편된다.

하지만 새로 생기거나 없어지는 노선이 많은데다 목적지까지 두 번 이상 갈아타야 하는 '환승체제'를 기반으로 한 노선 개편이어서 적잖은 시민들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때문에 대구시에는 벌써부터 하루에도 1천여 통에 가까운 문의 및 항의 전화가 폭주하고 있다. 대구시는 수시로 노선을 조정,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지만 혼란이 가라앉기까지는 상당 기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헷갈리는 노선도=대구시는 바뀌는 시내버스 노선 안내 책자 95만 부를 배포했다. 8개 구·군별로 정리된 노선도는 각 생활권별로 경유하는 버스 노선을 표시하고 있다. 그러나 각 구별로 노선도가 만들어지다보니 환승해서 먼 거리를 가야 할 경우 쉽게 버스 노선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가령 달성군 화원읍 달성중학교에서 경북대 정문까지 올 경우 지금까지는 636번 일반버스를 타면 됐지만, 개편 후에는 836번을 타고 달성공원 건너편에서 북구2로 갈아타거나 이마트 칠성점 앞에서 동구2로 갈아타는 등 4개 노선을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달성군 버스 노선도만 봐서는 이 같은 환승 지점을 알 방법이 없다.

가창에서 경북대 북문으로 올 경우도 마찬가지. 옛 424번 대신 704번이나 가창2를 타고 706번으로 갈아타면 되지만 버스 노선도에는 나와 있지 않다. 환승 지점을 알려면 노선 안내 상황실(수신자 부담 080-787-2000)에 전화하거나 시내 버스 노선 안내 사이트(businfo.daegu.go.kr)에서 출발·도착지 검색 서비스를 이용해야 한다. 인터넷이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 세대에게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대구시 관계자는 "각 구별 노선 안내도를 모두 합쇄하려 했지만 그럴 경우 당초 계획보다 재정 부담이 8배나 늘어 나눠 실을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대구시는 안내 책자를 인쇄하는 데 2억6천만 원을 들였다.

◆우리집 노선이 사라졌다= 집 앞에서 탈 수 있던 버스 노선이 없어졌다거나 출발지로 돌아오는 노선을 찾기 힘들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때문에 대구시 버스 노선 안내 사이트에는 하루에도 수백 건의 항의글이 올라오고 있다. ID '칠곡 산 지 10년'이라는 시민은 "매일 시내로 출·퇴근 하는데 407번 좌석버스 대신 급행2를 타려면 한참을 걸어야 한다"며 "더 빨리 오갈 수 있도록 한다는 버스 개편이 더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고 했다.

1개 노선이 서로 다른 노선으로 갈라지는 분리 운행도 불만의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 대구시는 개편 이전보다 오히려 분리노선이 줄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새롭게 분리되는 노선들로 인한 혼란은 피할 수 없을 전망. 신설 노선 중 범물동에서 갓바위 구간을 운행하는 401번의 경우 범물동 방면으로 가면 중구 밀리오레 앞을 지나지만 반대로 갓바위 방면으로 가면 대구역 네거리를 경유한다. 403번이나 414번도 일부 구간의 운행 노선이 달라진다. 한 시민은 "출발지에서 도착지로 오가는 길은 같거나 비슷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갈 때는 버스를 타고 올 때는 택시를 타란 말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손덕환 대구시 버스개혁기획단 노선개선담당은 "분리노선은 일방통행로나 좌회전이 금지된 네거리 때문에 생기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며 "인근 승강장까지 둘러보면 비슷한 노선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비스 개선=시내버스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돼온 불법 운행 관행이 계속될 경우 시민들의 불편은 종전보다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무정차운행, 배차간격 위반, 도중 회차 등 시내버스 불탈법 운행이 '환승체계'를 골격으로 한 노선 개편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것. 한 직장인은 "오늘도 대구MBC 앞에서 두산동 방면으로 가는 814-1번을 오전 7시30분부터 7시 50분까지 기다리다가 결국 택시를 탔다"며 "노선 개편이 성공하려면 대중교통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부터 회복해야 한다"는 글을 대구시 홈페이지에 올렸다.

대구시는 노선 개편과 함께 구축 중인 'BMS(버스운영관리시스템)'로 이 같은 고질적인 불법·파행 운행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BMS는 버스에 단말기를 설치, CDMA 통신망을 이용해 버스의 승강장 도착시간과 현재 위치좌표, 버스 간 거리 등의 정보를 수집하는 시스템. BMS가 본격 가동되면 버스 결행이나 도중 회차 등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대구시 설명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불·탈법 운행이 적발되면 과태료를 물리거나 표준운송원가 삭감 등 강력한 제재를 가함으로써 배차 간격을 철저히 지키도록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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