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시내버스 전면 개편 첫날부터 환승요금 시스템에서 오류가 발생, 시민들의 항의가 빗발쳤다.대구시는 2004년 7월 서울 시내버스 노선개편 과정에서 발생한 환승요금 시스템 오류의 전철을 또다시 되밟고 있어 "지난 1년 4개월의 준비기간 동안 도대체 뭘 했느냐"는 비판에 휩싸이고 있는 것.
특히 이번 준공영제의 핵심인 '버스를 탄 지 1시간 안에 다른 시내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할 경우 무료 또는 할인 혜택을 준다'던 대구시의 방침에 큰 구멍이 뚫림에 따라 자칫 '환승 기피가 버스 이용률 저조'로 이어질까 우려되고 있다.
주부 최모(58) 씨는 "20일 오전 서구 북비산네거리에서 버스에서 내려 다른 일반버스로 갈아탄 뒤 단말기에 교통카드를 대고 자리에 앉으려고 했는데, 버스기사가 '아줌마, 요금이 또 나갔다'고 하더라"며 "환승할인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데 뭐하러 수많은 돈을 들여 버스노선을 개편했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항의했다.
19일 오전 6시 5분쯤 서구 중리동에서 달서구 월성동으로 가기 위해 726번 일반버스를 탔다는 시민 이원호(59·대구시 서구 내당동) 씨는 대구시의 안내와는 달리 버스요금이 두 번이나 빠져나가 황당했다고 했다.
이씨는 "달서구 감삼동에서 356번으로 갈아타기 위해 교통카드를 찍는 순간 '삐' 소리와 함께 요금이 또 빠져나갔다"며 "불과 다섯 정류장 거리여서 1시간이 지나지도 않았을 텐데 요금이 징수될 수도 있느냐"며 불만을 털어놨다.
대구시 게시판에도 '나야나'라는 ID로 글을 올린 사람이 19일 경북대에서 파동까지 가다 일반버스에서 좌석버스로 갈아탔는데 환승 30분도 안 돼 좌석버스 요금 1천300원이 빠져나갔다고 했고, '김바다'라는 ID로 글을 쓴 사람도 환승 30분도 안 돼 돈이 빠져나갔다고 주장했다.
대구시에 따르면 시내버스 준공영제 시행 첫날인 19일 하루 동안에만 시민들로부터 제기된 민원 건수는 모두 164건. 이 중 환승했는데 요금이 제대로 할인되지 않았다는 환승요금 과오납 관련 민원이 93건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하지만 신고되지 않은 사례까지 포함하면 더 많을 것으로 보여 '대구시의 준비 부족' 논란이 교통카드에서도 재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대구시 한 관계자는 "하루 평균 70만 명의 시민이 버스를 이용하다 보니 요금시스템 자체의 결함이 아닌 단말기에 일시적인 충격이나 이상전압 등의 외부적인 요인으로 인해 요금이 과오납될 경우가 간혹 있다"며 "민원을 제기한 시민들의 교통카드 번호를 통해 요금 과오납 여부를 확인, 환불조치할 계획"이라고 했다.
환승요금 과오납 유무를 조사한 카드넷 김석태 팀장은 "개편 전 환승요금 시스템 자체테스트와 지하철 연계 통합테스트 등 수십 번 테스트를 했지만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며 "현재 시민들이 제기한 민원에 대해 환승요건 확인, 과오납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원인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교통카드 단말기에서 나오는 버저음이 처음 탑승할 때나 환승할 경우가 똑같아 혼란스럽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서울의 경우, 환승을 하면 단말기에서 '환승'이라는 안내음이 나오는데, 대구에서는 탑승시와 똑같은 버저음이 나와 구분이 어렵다는 것.회사원 최원용(44) 씨는 "교통 카드를 내고 금액을 확인하기 전에는 환승요금 무료 및 할인 혜택을 받았는지, 얼마가 차감됐는지 바로 알기 어렵다"며 "서울처럼 버저음을 차별화하는 등 대구시가 시민들이 직접적으로 부딪히는 작은 문제들에 관심을 기울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구시 진용환 버스개혁기획단장은 "처음 탑승 때나 환승 때 단말기에서 똑같은 버저음이 들려 환승할인 혜택을 받았는지 잘 알 수 없다는 의견이 많아 버스조합들과 상의한 결과, 23일쯤부터는 다른 버저음으로 차별화하도록 단말기 소리시스템을 바꿀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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