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인 19일 대구 시내버스 노선 전면 개편 후 사실상 출근 첫 월요일인 20일 출근길 대혼란이 벌어졌다. 1년4개월의 준비 기간을 거치면서도 △홍보 부족 △안내표지판 미비 △배차·운행시간 부족 △환승시스템 오류 등을 제때 해결하지 못한 결과였다.
하지만 "일부 시민들은 운행시간이 줄고 환승체계가 비교적 잘 돼 있어 편리하다"는 반응을 보여 대구시의 의지에 따라 조기에 정착할 수 있는 가능성도 보여줬다.
◇준비부족
20일 오전 대구시내 버스 정류장마다 출근길 시민들은 새로운 버스 노선을 몰라 발을 동동 구르거나 버스를 세워 기사에게 물어보는 등의 진풍경이 펼쳐졌고, 10대의 상담전화를 가동하고 있는 대구시 종합상황실에도 버스 노선 변경에 대해 문의하는 시민들로 전화통에 불이 났다.
버스 정류장에 설치된 노선 안내표지판은 상단부와 하단부에 적혀 있는 버스 번호가 다른 곳이 적잖았고, 배차시간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환승 요금 할인이 안 된다는 항의도 폭주했다.
김금자(62·여) 씨는 "중구 한일극장 앞 정류장 안내표지판에 동구청으로 가는 980번 버스가 기재돼 있어 40분을 기다렸는데 오지 않았다"며 "이상하게 생각하다 표지판을 자세히 보니 하단부에 적혀 있는 980번 버스 번호가 상단부엔 없어 시에 전화해보니 맞은편 정류장 것을 잘못 적어놓았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허탈해 했다.
이날 403번 일반버스를 운행했던 한 기사는 "경북대 후문 맞은편 버스 정류장에 정차를 해야 하는데 정류장 안내표지판에 403번 번호가 없어 그냥 지나쳤다"며 "그런데 갑자기 한 손님이 '왜 그냥 지나가느냐'고 항의를 해서 깜짝 놀랐다"고 했다.
정금철(55·대구시 달성군 옥포면) 씨도 "논공으로 가는 달성2 버스가 안내책자에는 배차시간이 24분이었는데, 1시간을 기다려도 오지 않았다"며 "이렇게 배차시간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면 불편도 문제지만 환승에 따른 할인제도가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전보다 더 불편
게다가 버스 준공영제로 인해 막대한 대구 시민들의 세금이 투입되지만 서비스는 예전과 별반 다를 게 없고, 그동안 잘 타고 다니던 노선이 갑자기 사라지는 등 오히려 불편해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주부 정희원(32·대구시 남구 대명동) 씨는 "예전에는 버스 기사에게 다른 버스 노선에 대해 물어보면 대충 대답을 들었는데, 오늘은 전혀 모르더라"며 "또 승객들을 위한 서비스도 개선된 게 뭐가 있는지 찾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회사원 구본열(44·대구시 북구 동천동) 씨는 "매일 시내로 출·퇴근하는데 꼭 필요한 버스 노선이 갑자기 사라지게 되면서 앞으론 정류장까지 한참을 걸어 가게 됐다"며 "더 빨리 오갈 수 있게 만든 버스 개편이 오히려 더 불편하게 하고 있다"고 했다.
◇다른 구·군 사정 알 수 없어
직장인 최원호(36·대구시 달서구 두류동) 씨는 "집에서 받아본 버스 노선 안내책자에는 달서구지역의 정보밖에 없어서 직장이 있는 북구까지 어떻게 환승해 가는지는 나와 있지 않았다"며 "결국 대구시에 전화를 걸어 겨우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고 불평했다. 그는 또 "시민들의 혈세를 들여 만든 안내책자가 전혀 제구실을 못한다고 생각하니 화가 난다"고 덧붙였다.
대구시는 바뀐 시내버스 노선 안내책자가 8개 구·군별로 나눠 정리되다 보니 환승해서 다른 구로 가야할 경우 쉽게 버스 노선을 알 길이 없다는 항의가 쇄도하자 대구시내 전체 노선개편을 담은 책자를 뒤늦게 부랴부랴 제작에 나섰다. 이미 2억6천여만 원의 예산을 들여 95만 부나 배포한 안내책자가 헛수고였다는 것을 인정한 셈.
대구시 한 관계자는 "각 구별 노선도를 모두 합쇄하려 했지만 애초보다 재정 부담이 늘 것으로 판단돼 따로 제작할 수밖에 없었다"며 "그러나 시민불편이 쇄도하면서 어쩔 수 없이 대구시내 전체 노선도를 담은 책자 1천 부를 제작해 구·군청 민원실과 공공기관에 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대감도 있어
김철곤(44) 씨는 "칠곡에서 시내로 나왔다가 지하철1호선을 이용해 영남대병원까지 갔는데 환승이 잘 되더라"며 "서울도 초기의 혼란을 극복하고 정착시킨 만큼 대구도 그렇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사진: 대구시내버스 노선 전면개편 후 첫 출근일인 20일 오전 큰 혼란이 빚어지자 대구시 북구 팔달시장 정류장에서 시민들이 애타는 표정으로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이상철기자 find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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