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남 제사상'차려주는 市場 안 돼야

정부가 증권산업을 투자은행으로 육성해 은행, 보험과 함께 금융시장의 3대 축으로 재편하는 '자본시장 통합법'을 내놓았다.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선진 투자은행처럼 증권'선물'자산 운용'신탁 등을 포괄하는 금융투자회사를 육성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은행, 보험 중심의 우리 금융시장에 '빅뱅'이 일어나는 셈이다.

증권'선물 등 업종 간 칸막이를 허문 금융투자회사 출현으로 '전당포 영업'을 해 온 국내 은행에 먼저 비상이 걸렸다. 외환위기 이후 은행의 자금 중개 기능은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2년째 산업대출 증가액을 훨씬 앞선다. 은행들이 리스크가 큰 기업 대출보다는 부동산 담보를 바탕으로 가계 대출에 주력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융투자회사의 등장으로 은행과 보험이 제 역할을 못하는 자금 중개 기능이 활발해지고 자본시장의 선진화도 앞당겨지게 됐다.

현재 증시를 비롯한 우리 자본시장은 사실상 외국 자본이 쥐락펴락하고 있다. 자본시장 통합법은 이러한 국내 자본시장의 상황을 타파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더욱이 한미 FTA 협상을 앞두고 미국이 금융시장 개방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어 금융산업의 경쟁력 제고는 시급하다. 하지만 준비 기간이 너무 짧다는 점에서 기대보다 우려가 더 크다.

정부는 입법 후 1년 정도 유예 기간을 둔다고 하나 단시간 내에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 의문이다. 우리 금융회사들은 규모와 자산 운용 능력면에서 골드만 삭스 등 세계적 금융회사들과 비교조차 할 수 없다. 따라서 외국 금융회사들이 우리 떡으로 자기 제사를 지내는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 다양한 파생 상품의 등장에 따른 투자자 피해와 영세 금융회사의 퇴출 부작용도 최소화하는 방안이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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