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정동영 열린우리당 신임 의장이 대구를 '준엄하게' 꾸짖고 돌아갔다. 당선하자마자 대구부터 방문한 정 의장은 "대구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바뀐 게 없다" "대구는 어두운 과거와 청산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그런 한편으로는 "지방 권력의 85%를 독점해 온 한나라당은 공공의 적"이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대권에 매달리는 여당의 수장이 야당을 공격하는 것이야 그렇더라도 대구를 싸잡는 비판은 듣기가 매우 거북하기 짝없다.
정 의장이 인혁당 희생자를 추모하고 유족들의 아픔을 달랜 것은 대구에 대한 또 하나의 애정으로 비쳐지는 선에서 끝났어야 했다. 그리고 자신에 대한 각별한 지지를 호소하는 것으로 대구 방문의 의미를 찾았으면 모양이 좋았을 것이다. 그런데 대구를 마치 '어둠의 동네'쯤으로 매섭게 추궁한 언사는 어떤 의도에서인지 모르나 유쾌하지 못했다. 혹여 대구가 동네북인가 하는 반발심마저 안겨 주었는지 모르겠다.
지지도가 반 토막 난 당에 2년 만에 복귀한 심정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5% 선에 머물고 있는 자신의 지지도를 끌어올려야 하는 고민도 있을 게다. 당내 경선 과정에서 공격을 받은 개혁성 부족도 고심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100일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서 텃밭인 호남이 민주당 세력에 위협 당하는 처지 아닌가.
그렇더라도 이런 난제를 돌파하기 위해 '대구 공격'을 택했다면, 대권을 꿈꾸는 그로서는 노인 폄훼 발언에 이은 또 한 번의 오산이 아닐까 싶다. 사려 깊지 못하다는 뜻이다. 거침없는 '대구 공격' 발언에서 그가 내세우는 '몽골 기병'론의 그림자까지 느껴진다. 그는 몽골 기병에서 기동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다른 쪽에서 초토화의 살벌한 이미지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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