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서울의 한 교육업체가 안내 자료를 보내왔다. 특수목적고(이하 특목고) 대비 초등교육 프로그램 설명회를 한다는 내용이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특목고 대비라니…. 과학고, 외국어고가 각각 1개이고 경쟁률도 2대 1을 겨우 오락가락하는 지역의 입장에서 보면 황당한 감이 있다. 게다가 2008학년도 이후 대학입시에서는 내신 성적의 비중을 높인다고 해서 기피하는 분위기까지 있는 상황이고 보면 이해하기 힘들다. 왜 수도권과 지방에 이런 차이가 있을까.
◇ 불리할 게 없다?
서울의 경우 외국어고 6개, 과학고 2개로 수요에 비해 특목고 숫자가 많지 않다. 해마다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다. 이러다 보니 특목고가 15개인 경기도로 지원하는 학생이 갈수록 늘고 있다. 올해 경기도 특목고 합격자의 25%가 서울 출신 학생들이다.
수도권 특목고는 2005학년도 신입생 선발 때 위기에 몰렸다. 서울의 한 외국어고 관계자는 "2008학년도 대학입시 초안이 발표되면서 문을 닫아야 하는 게 아니냐는 걱정까지 했는데 1년 만에 인기를 회복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 6개 외고 경쟁률은 2004학년도 6.81대 1에서 2005학년도 3.81대 1로 떨어졌다가 올해 4.42대 1로 상승했다.
인기의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우선 지원 자격이 넓다. 지방의 특목고는 중학교 내신 성적 등 상당히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하지만 수도권 특목고에는 어지간하면 지원할 수 있다. 대신 높은 수준의 지필고사와 구술면접 시험을 치러야 한다. 학원가에 특목고 대비반이 성행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목고가 대학 진학에 그리 불리할 게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유리한 측면이 크다는 점도 매력이다. 내신 성적만 따지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지만 이것만 빼면 문제가 없다. 특히 수시모집 비중이 높아지면서 각종 수상 경력이나 특기 등에서 강세를 보이는 특목고에 유리해졌다. 지방도 마찬가지다. 대구과학고만 해도 올해 서울대 7명, 포항공대 10명, 한국과학기술원(KAIST) 40명 등이 입학하는데 서울대 1명을 제외하면 모두 수시에 합격했다.
송인덕 대구과학고 교장은 "대구 학부모들은 의대 선호나 내신 불리 등 막연한 생각 때문에 기피하는데 이공계 대학에 진학하려면 무조건 과학고가 유리하다"고 말했다.
◇ 앞으로 더 유리해진다?
2008학년도 대학입시의 큰 특징은 내신 비중 확대와 대학별 고사 강화다. 내신 비중이 커지면 상위권 학생들이 모인 특목고는 어려워진다. 그러나 등급으로 표시될 뿐만 아니라 대학들의 반영 폭도 예상만큼 크지 않을 것으로 보여 문제될 게 없다는 분석이 주류다. 노영옥 대구외국어고 교감은 "기본 점수를 제외한 실질 반영 비율이 대입 전형에 미치는 영향력은 그리 높지 않은데 여기에 대한 학부모들의 이해가 너무 부족하다"고 말했다.
게다가 내신과 수능의 변별력이 전보다 못해짐으로써 대학별 고사가 강화되는 것은 특목고로서는 더없는 호재다. 평소 전공 관련 과목을 깊이 있게 공부하기 때문에 논술이나 심층면접 등 대학별 고사에 대단히 강하다는 것이다. 일반계고 학생들은 수능시험이 끝난 뒤에야 단기간에 준비할 수밖에 없는 여건이지만 특목고 학생들은 평소 공부 자체가 수능은 물론 대학별 고사를 대비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갈수록 다양화 추세를 보이는 대학들의 입학 전형도 특목고 학생들이 대학 진학 문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된다. 구교석 대구과학고 교무부장은 "수시모집과 특별전형이 확대되고 전형 방법이 다양해질수록 전공과 관련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각종 경력을 쌓은 특목고 학생들이 압도적으로 유리해진다"고 설명했다.
◇ 투자해도 손해 없다?
학생의 적성이 과학고, 외국어고와 어느 정도 맞거나 관련 대학에 진학할 목표를 세우고 있다면 일찍부터 특목고 입시를 준비해도 그리 나쁠 게 없다. 영어, 수학, 과학 등의 교과에 대한 심화 학습이나 논술·구술 능력 향상 등에 대한 투자는 아무리 해도 손해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초등학교 시험부터 서술형 문제가 도입되는 등 학습과 평가의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측면도 이런 준비의 필요성을 더한다.
서울의 한 특목고 전문학원 관계자는 "특목고에 진학하려면 초등 단계부터 각 교과의 개념과 원리 심화, 독서의 양과 질 제고, 논·구술 능력 향상 등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며 "꼭 특목고에 진학하지 않아도 앞으로는 이 같은 학습 방법이 대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행히 지방에서는 특목고 입시의 지필고사나 논·구술 등이 아직 수도권만큼 까다롭지 않기 때문에 굳이 전문 학원을 찾을 필요는 없다. 중학교 내신 성적을 잘 관리하면서 교과 공부를 심화시키고, 관련 체험을 통해 실생활과 연결시켜 사고하는 습관을 들이는 등 학습 습관만 잘 들이면 큰 어려움이 없다.
송인덕 교장은 "현 교육체제에서는 일찍부터 진로에 대해 고민해서 목표를 설정하고 달성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런 측면에서 특목고 입학을 위한 투자는 결과에 상관없이 이익"이라고 말했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사진 : 지난 17일 배치고사를 치른 대구과학고 신입생들이 한 자리에 모여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정우용기자 sajah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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