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춘지에(春節·춘절)를 전후한 시점이면 중국에서는 두 종류의 이동현상이 벌어지곤 한다. 고향을 찾는 귀성행렬과 이직행렬이 그것이다. 연인원 20억 명에 이르는 민족대이동은 끝났지만 더 많은 보수와 더 나은 직장을 찾아다니는 '이직행렬'은 계속되고 있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춘절은 이직에 적합한 계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대기업이나 국영기업, 외자기업 등의 이직률은 낮지만 임시직이 대부분인 생산직과 서비스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춘절을 이직의 호기로 여기고 있다.
춘절이 되면 각 지역에 흩어져 있던 가족과 친지, 친구들이 고향에 모이면서 월급 등 각자의 구직정보를 교환한다. 그리고 주저없이 조금이라도 더 많은 임금을 주는 직장이나 도시로 옮기는 현상이 늘고 있다. 우리나라와 달리 중국은 9월에 새 학기가 시작되므로 2월이 대졸 구직자들 취업시기는 아닌데도 그렇다.
이직률이 비교적 높은 음식점 등 서비스업종에서는 춘절을 전후해서 30~40%까지 종업원이 바뀌기도 한다. 그래서 요즘 베이징의 어느 상점에서나 '직원모집(招聘服務員)' 광고를 찾아볼 수 있다. 베이징 왕징지역에서 음식점을 경영하고 있는 김경란 씨는 "춘절 직전 월급날이 지나자 간다온다 말도 없이 출근하지 않는 종업원들이 몇 명 있었다"면서 "중국에서 직원관리하는 일이 쉽지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의 한 인터넷망인 '중화잉차이왕(中華英才網)'이 춘절 직전 5천여 명의 직장인을 대상으로 온라인조사를 한 결과 '직장인 10명 중 6명이 이직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4%는 직장을 바꾼 경력이 있었다. 이들 중 2차례 이상 이직한 사람은 42%에 이르렀다. 또 '언제든 직장을 그만둘 준비가 돼 있다'고 응답한 사람이 15%일 정도로 중국에서는 이직이 보편화했다.
임시직이나 파트타임근로자, 농민공(農民工)들과는 달리 대졸 취업자들 이직은 중국에서도 실제로는 쉽지 않다. 그만큼 취업난이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중국 언론들도 인력데이터뱅크(취업센터)에 접수된 고학력 구직자들 이력서가 지난해 말부터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중국 직장인들이 자주 이직하는 가장 큰 원인은 임금 때문. 실제로 중국의 노동자 임금은 매년 10~20% 이상씩 인상되고 있고 여기에 사회보험료와 주택지원적립금 등의 부담도 상당하다. 광둥(廣東)지역의 경우, 기술인력 부족현상이 심화하면서 노동자 임금이 올들어 20% 정도 인상되었고 이는 노동자들 이직현상을 부추기는 한 원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사진: 베이징의 한 식당 앞에 '주방장 1명과 조리사 1명을 모집한다'는 내용으로 내걸린 모집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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