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성장발달-소심한데 학기 중 괜찮을지

문 : 중학생 딸과 초등학생 아들을 둔 학부모입니다. 분양받은 아파트에 몇 달 뒤 입주하기 때문에 아이들 전학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큰 아이는 내성적이어서 학기 중에 전학시키면 잘 적응할 수 있을지도 걱정입니다.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답 : 학생의 성격에 따라 전학은 분위기를 바꾸는 좋은 계기가 되기도 하고, 대단히 힘든 사회화의 과정이 되기도 합니다. 긍정적인 방향이면 좋겠지만, 부모가 바라고 강요한다고 될 일이 아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측면을 고려해야 합니다.

문제가 되는 경우는 두 가지 정도로 나눌 수 있습니다. 우선 자기 주장이 강하거나 다른 사람의 의견을 수용하기 싫어하는 학생들입니다. 대개 새로운 친구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하고 다투거나 싸움을 하기도 합니다. 상대방이 조금만 감정을 건드려도 기분이 나빠져 화를 내는 유형인데, 가정에서의 적절한 지도가 필요합니다. 자신과 마음이 맞지 않는 상대방과 대화와 타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합니다.

이보다 훨씬 어려운 경우로 내성적이고, 소심하고, 분위기 파악을 잘 못 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자녀가 이런 유형이라면 아예 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전학을 시켜서 자연스럽게 새 친구들과 어울리도록 하는 방법도 좋을 것입니다. 학기 중에 전학했는데 잘 적응하지 못하면 사실 마땅한 방법이 없습니다. 당장 그 학년에서는 해결책을 찾기 어려우므로 환경이 바뀔 때까지 참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수밖에 없습니다.

새로운 환경이나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에게 대놓고 적극적이기를 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사람의 성격은 타고나는 측면이 강하고, 성장과정에서 장기간에 걸쳐 형성되기 때문에 단기간에 근본적으로 바꾸기는 대단히 어렵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부모나 주위 사람들이 자기 기준으로 '이런 방법이면 되겠지' 하고 밀어붙이려 드는 건 피해야 합니다. 단기간에 바꿀 수 있는 아이라면 애초에 그런 문제에 빠지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소극적인 아이들은 이미 자신의 문제점을 알고 있습니다. 이를 좋지 않게 말하면서 성격 바꾸기를 강요하면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자신을 더 폐쇄시킬 가능성도 큽니다. 그보다는 사람들의 성격이 참으로 다양하다는 사실, 지금의 모습은 삶의 전체에서 보면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도록 해야 합니다. 부모 역시 사람들과 사이가 나빠지기도 하고, 어느 순간에는 자신이 소극적이 되기도 한다는 점을 말해주면 좋을 것입니다.

소극적인 성격이나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 실패를 나무라기보다는 현재의 모습을 견뎌낼 수 있는 인내심을 길러주는 것이 현명한 방법입니다. 사회와 인간관계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 앞으로 어떻게 자신을 바꿔가야 하는지 스스로 깨닫게 해야 합니다. 자기 성격을 힘들여 바꾸지 않아도 변화는 충분히 가능하다는 사실도 알게 해야 합니다.

요즘의 학교 환경은 소극적인 성격의 학생들이 견디기가 어렵습니다. 교사들도 학생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낱낱이 파악하고 문제를 풀어주기 힘듭니다. 학교나 친구들에게 도움을 기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우선은 가정을 편안한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밖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풀고, 자신의 생각을 마음대로 펼칠 수 있는 곳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가정에서마저 자신의 성격을 문제 삼으면 아이들은 사면초가라는 점을 유념하십시오. 시간이 지나도 힘들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면 전문의를 찾아 상담하고 사회성 훈련 등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박용진(진스마음클리닉 원장)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