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습-고2 딸 외모에 너무 신경

문 : 고2 딸 아이를 둔 엄마입니다. 요즘 들어 외모에 너무 관심을 가집니다. 몸이 건강한 편이 아닌데도 다이어트를 한다며 식사도 제대로 하지 않습니다. 이런 아이와 대화하고 설득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조언을 받고 싶습니다.

답 : 정면에서 사람의 얼굴을 바라볼 때 우리는 자주 실망감을 느낍니다. 탐욕과 교만, 슬픔과 비애, 비굴함 등이 그대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뒤에서 바라보는 인간의 모습도 우리를 실망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쪽 어깨가 유난히 축 처진 채 허리를 굽히고 걸어가는 모습이 때로 우리를 슬프게 하기 때문입니다. 어느 작가는 옆에서 바라보는 사람의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고 했습니다. 측면에서 볼 수 있는 모습에 근거해서 전체 얼굴 윤곽을 아름답게 상상해 보는 것이 즐겁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요즈음 사람들은 사람을 볼 때 앞, 뒤, 측면, 어느 한쪽에만 치중하지 않습니다. 전체적인 몸의 균형과 몸매를 중시합니다.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우리는 자신의 외모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어 많은 사람들이 '다이어트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학생들도 다이어트에 대단한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이어트를 하다가 교실에서 쓰러지기도 합니다. 많은 부모님들께서 적절한 묘책을 찾지 못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상담자는 학생들에게 늘 이렇게 말합니다. '과식은 하지 말고, 먹고 싶은 만큼 먹어라. 그리고 먹은 만큼 육체적, 정신적으로 움직여라. 움직이지 않고 살을 빼겠다는 생각을 부끄럽게 여길 줄 아는 것이 진정 중요하다.'라고 말합니다.

몇 해 전 국내 최고의 명문대 대학원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는 어느 가난한 공학도가 필자를 찾아와 상담을 요청한 적이 있습니다. 전자공학을 포기하고 사법고시를 준비하겠다고 했습니다. 이유는 이러했습니다. 갖고 있는 컴퓨터 기종을 바꾸기 위해 어느 은행에 대출을 신청했더니 신분이 불확실하고 담보도 없기 때문에 돈을 빌려줄 수 없다고 했다는 것입니다. 아르바이트를 해서 그 돈을 벌 수도 있지만, 공부에만 몰두하고 싶어 과외지도를 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이런 일을 당한 며칠 후 법학과를 졸업하고 사법고시에 합격하여 사법연수원에 있는 친구를 만났는데, 그 친구로부터 어느 은행에서 무담보로 천만 원을 대출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이 공학도는 충격을 받았던 것입니다. 사실이 그러한지 확인해 보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그랬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계층이동이 어느 나라보다도 공개적으로 열려 있는 곳입니다. 출신 성분에 관계없이 자신의 노력으로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모든 사회 구성원들에게 똑 같이 주어진다는 사실은 해방 이후 오랫동안 우리 사회가 활기에 넘치게 했고, 이는 자연스럽게 교육 열기로 이어졌습니다. 이런 광기에 가까운 교육 열기 속에서 인문계 학생은 고시합격, 자연계 학생은 의사가 되는 것이 계층상승의 지름길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절대빈곤에서 벗어났고 사회가 다양화되면서 직업관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는 이런 바뀐 상황 변화에 창의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학도서관과 공공도서관은 고시 준비생으로 만원입니다. 학문은 없고 고시와 취업 영어만 있습니다. 거리에는 미모가 계층상승의 필수요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대량생산된 마네킹 같은 젊은 여인들로 가득합니다. 신문에는 다이어트와 미용에 관한 광고가 없는 날이 없습니다. 고시와 외모 중시 풍조를 무시할 수는 없지만 지나칠 때 그 사회는 상상력과 창의력이 빈곤해져 활력을 잃게 될 것입니다.

찾아온 공학도를 몇 시간 동안 설득했으나 허사였습니다. 상처가 너무 깊었던 것입니다. 그 학생은 그 후 3년 간 고시 공부를 했으나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한 채 회사에 취직을 하였습니다. 삶이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고시 공부한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삶을 받아들일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우리가 찾아 볼 수 있는 것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 봅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필자는 살아있는 생명체가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순간을 지켜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운동선수가 상대를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우리를 열광하게 합니다. 동물이 먹이를 사냥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도 우리를 매료시킵니다. 심지어 범죄 영화에서 범인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다 써서 애쓰는 모습도 관객으로 하여금 숨을 죽이게 만듭니다. 마찬가지로 공부에 몰두해 있는 학생의 모습도 우리를 감동하게 합니다. 젊은이는 화장하지 않아도 건강한 몸 자체만으로도 아름답습니다. 여기에 교양과 필요한 실력이 보태질 때 진정 매력적인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얼굴과 몸매로만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인간의 특성과 존엄성을 망각한 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진정 아름다운 사람은 어떤 요소를 갖추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자녀와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

윤일현(송원학원 진학지도실장 ihny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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