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시내버스 노선개편과 함께 대구에서도 '버스 준공영제(準公營制)'가 시작됐다. 앞으로 시내버스 회사가 내는 적자를 대구시가 '세금'으로 메워주겠다는 것.
그러나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비판적 견해가 만만찮고, 대구시가 과연 재정부담을 견뎌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적잖다. 버스업계의 구조조정을 외면하고 너무 빨리 준공영제를 도입했으며 환승무료에 따른 지하철 영업적자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부 시민들은 준공영제를 시작했지만 '서비스는 그대로'라는 불만도 터뜨리고 있다.
◆시민 부담 눈덩이= 대구 버스 회사들에 매년 180억 원 안팎의 보조금을 지원해 왔던 대구시는 준공영제에 따라 올해에만 시민 세금 385억 원을 넣을 예정이다. 종전보다 2배가량 늘어났다.
지난 2004년 기준으로 대구 29개 버스회사의 운송원가는 2천450억 원에 달하는 반면 운송수입금은 1천750억 원에 불과, 700억 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대구시는 적자 보전을 최소화한다며 '표준운송원가' 제도를 선택했다. 감차 및 탄력배차, 경유 공동구매 등을 통해 140억 원을 절약한다는 전제하에 2천300억 원을 표준운송원가로 책정한 것이다.
대구시 계획대로라면 표준운송원가에 따른 대구 29개 버스회사들의 적자는 2004년 운송수입금을 기준으로 했을 때 550억 원까지 줄어든다. 노선개편에 따른 승객 증가로 50억 원의 추가 이익이 발생하고, 정부의 유가보조금 115억 원까지 내려오면 550억 원의 적자 가운데 165억 원을 더 줄일 수 있어, 385억 원만 시(市)가 부담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향후 적자 규모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커 대구시의 재정부담은 갈수록 증가할 것이란 게 많은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구조조정 필수= 버스준공영제로 인한 385억 원의 적자보전금은 버스회사들의 원가 절감(140억 원) 및 경영개선 노력을 전제로 하고 있다. 실제 그럴까.
보유 버스가 50대가 넘는 대구 한 버스회사. 대구시의 정보공개요청 결과, 2004년 재무제표에서 당기순손실 3억6천만 원과 전기이월결손금 8억4천만 원이 누락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퇴직급여충당금을 19억6천만 원이나 과소 설정, 당기순손실 1억3천만 원과 전기이월결손금 18억2천만 원이 추가 발생했다. 그런데도 버스회사는 연료비 7천만 원을 누락하고 매출액은 6천만 원이나 불었다.
결국 회사 유형자산은 11억9천만 원이나 불린 반면, 유동부채 및 고정부채는 각각 1억3천만 원과 19억 6천만 원이 적게 계상됐다.
이런 가운데 대구시가 지난해 4월부터 2개월 동안 시내버스업체 29곳을 대상으로 2004년 회계감사를 실시한 결과 자본잠식 업체가 22곳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경실련 조광현 사무처장은 "대구시가 부실업체 구조조정 노력없이 준공영제 시행만을 주장한 사업자들에게 끌려다니다 시민들에게 부담을 떠안기게 됐다"며 "버스 업체들의 자체 구조조정 노력이 전제되지 않는 한 버스 준공영제는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부담= 대구시가 버스 준공영제를 통해 도입한 '환승 무료'는 지하철 영업 적자로 이어지고 있다.
대구지하철공사 오상은 팀장은 "대구시가 지난해 9월 만든 '대구시 대중체계개편안'에 따르면 버스를 먼저 타는 승객이 지하철을 먼저 타는 승객보다 3배 가까이 많았다"며 "후승을 무료화하는 환승 시스템에서는 최소 연간 수십억 원 이상의 지하철 적자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이에 따라 대구지하철공사는 환승 수입금을 버스와 지하철이 반반씩 배분하자는 의견을 내고 있지만 버스업계의 반대에 부딪쳐있다.
지하철공사는 1시간 이내 거리가 대부분이고, 잘 걷지 않는 대구 시민들의 특성상 환승 무료에 의한 승객 증가 효과도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하철 공사의 연간 영업적자는 2002년 321억 원, 2003년 518억 원, 2004년 476억 원 수준이지만 올해는 2호선 개통과 환승무료로 인해 800억 원 가까이 적자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어떻게 풀까= 전문가들은 시민 부담을 줄이기 위해 버스업계 자율 구조조정은 물론, 노선입찰제 도입도 서둘러야한다고 했다.
계명대 교통공학과 박용진 교수는 "대구 버스 준공영제는 노선입찰제와 준공영제로 이분화해야 한다"며 "적자보전금을 줄이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다소 걷는 불편이 있다 하더라도 단계적 노선 감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노선입찰제의 근본 개념은 잘 되는 노선은 민간 사업자에게 주고, 안 되는 노선은 시가 떠 안는 방식. 적자가 발생하지 않는 노선은 민간 사업자에게 맡겨 효율성을 극대화하자는 것.
대구경북연구원 이상인 박사는 "적자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시민 부담이 커져 준공영제가 외면당하게 될 것"이라며 "구조조정과 유류, 타이어 등의 공동구매를 통한 원가절감, 대시민서비스 향상 등을 비롯한 버스업계의 자구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구시 버스개혁기획단 진용환 단장은 "올해부터는 적자 버스 회사에 보조금 지원을 끊어 시장 경제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이재명, '선거법 2심' 재판부에 또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