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정월 대보름이 지나갔구나. 부럼은 깨었겠지?
옛 우리 조상들은 대보름날 이른 새벽에 호두나 밤, 은행, 무 등을 깨물며 "일 년 열두 달 내내 무사태평하고 종기나 부스럼이 나지 않게 해 주십시오"하고 빌었단다. 아마도 그 때에는 먹을 것이 부족해서였는지 종기나 부스럼이 많이 났던 모양이야. 그래서 아마도 이런 음식을 많이 찾지 않았나 싶어. 그런데 요즘에는 땅콩도 부럼깨기에 많이 쓰이고 있지.
땅콩을 보니 문득 생각나는구나. 그 옛날, 어느 마을에 놀부보다 훨씬 더 고약한 형과 흥부보다도 더 착한 동생이 있었대. 어느 날 형이 찾아와서 말했지.
"가난한 형편에 어떻게 사니? 날마다 남의 집에 일하러 다닌다며? 그러지 말고 내 땅에다 농사를 지으렴. 그래서 반씩 나누자꾸나."
그래서 동생은 형의 밭에 와서 열심히 일을 했지. 처음에는 감자를 심었어. 형은 놀기만 하는데 동생은 부지런히 김도 매고 거름도 주었지.
"곡식은 사람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고 했어. 그러니 내가 매일 밭에 나와서 일을 해야지."
이윽고 거둘 때가 되자 형이 말했어.
"자, 반씩 나누기로 했으니까 위의 것은 네가 가져라. 나는 땅속 부분을 가지겠다."
"네, 형님."
마음씨 착한 동생은 아무 소리도 하지 않고 쓸모없는 감자싹만 잔뜩 베어 가지고 집으로 갔지.
"자, 이번에는 콩을 심자. 그리고 이번에는 위의 것을 내가 가지고, 밑에 것을 네가 가지면 되지 않겠니? 그래야 공평하지."
"네, 형님. 아무렴 형님이 저에게 손해를 보게야 하시겠습니까?"
동생은 또 즐겁게 일을 했대.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지. 다른 집에는 콩이 주렁주렁 달렸는데 이 집에는 콩이 하나도 달리지 않았던 거야.
'거참, 이상하다. 꽃은 피었는데 왜 열매는 맺히지 않는 것이지?'
이윽고 추수할 때가 되었지. 그래도 열매가 보이지 않자 하는 수 없이 형은 윗부분을 베어 가며 한탄하였대.
"아이고 망했네, 망했어. 그렇지만 뭐 동생도 마찬가지야. 동생은 뿌리를 캐 가게 되었으니 열매가 없기로는 마찬가지가 아닌가. 땔감으로 써도 내가 더 낫지."
형이 줄기를 모두 베어 간 다음 동생은 뿌리를 캤지. 그런데 이게 어찌된 셈인지 열매가 모두 땅속에 묻혀있는 거야. 뿌리를 캘 때마다 콩이 주렁주렁 달려 있었지.
'그런데 이 콩은 좀 이상하다. 꼭 누에고치처럼 생겼네.'
동생은 신이 나서 춤을 추었지.
그 때부터 땅콩이 생겨났대.
얘야, 그런데 동생은 어떻게 했을 것 같니?
형에게도 거둔 콩을 반 갈라주면서 말했지.
"형님, 이번에는 콩이 모두 땅 속에 묻혀 있으니 정말 이상한 일입니다. 반을 가져왔습니다. 자, 형님도 잡수어 보십시오. 매우 고소합니다."그 제서야 형은 눈물을 흘렸단다. 그 뒤부터는 무엇이나 반씩 나누어 가졌단다.
심후섭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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