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면수심' 어린이 성폭행 사범 근절안 봇물

"이웃에 신상공개 전자팔찌 채워라"

동네 신발가게 아저씨에게 성폭행당한 뒤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된 서울 용산초등학생 사건을 계기로 성폭력 사범 근절을 위한 적극적이고도 다양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특히 용의자 김모(53) 씨가 지난해 9월에도 어린이를 성추행했다가 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사실이 드러나면서 법원의 처벌이 좀 더 엄격해져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법무부는 20일 성폭력범의 야간 외출을 제한하는 제도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주로 상습적 성매매사범, 야간주거침입, 강·절도범, 청소년 성범죄사범에게만 외출제한명령제도를 실시했지만 전체 성인 성범죄자도 포함시키겠다는 것.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것만으로는 약하며 외국처럼 가해자 신상공개와 법원의 중형선고 등 보다 근본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대구여성회 윤정원 사무국장은 "어린이 성폭행 범죄는 피해자에게 심각한 정신적인 충격을 안겨 주기 때문에 중형에 처해야 한다"며 "아동대상 성폭력 가해자들은 정신적·심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어서 이들에 대한 사후 교육과 정신적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경북대 법의학교실 채종민 교수는 "어린이 성폭력 범죄자가 해마다 증가하는 이유는 형벌이 약한데다 '성범죄자 신상공개제도'와 같은 현행 교정제도가 제 구실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어린 학생들이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도록 철저히 교육하고 형벌의 무서움을 범죄자들에게 각인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계명대 경찰학부 허경미 교수는 "미국 뉴저지주는 미성년자 상대 성범죄자에 대해 집과 차량에 표시를 하고, 직장에도 알리는 등 이웃주민들에게 조심하라는 경고를 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가해자의 인권보호 때문에 이러한 제도 도입이 어려운데 성범죄자들의 인권보다는 잠재적인 피해자가 될 우려가 있는 우리 아이들의 인권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학생과 초등학생 두 딸이 있다는 주부 김소연(39·대구 북구 칠성동) 씨는 "상습 성폭행범은 얼굴을 공개하고 사회에서 격리시켜야 한다"며 "1년에 두 번 있는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 신상공개 횟수도 늘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한 해에만 13세 미만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강간이 8건, 성추행 등 성폭력 범죄도 24건이나 발생했다. 전국적으로 만 13세 미만의 아동들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는 지난해 738건이 발생, 2004년보다 15건 증가했다.

이런 실정을 감안해 한나라당 의원 90여 명이 지난해 미성년 상대 성범죄자에 대한 '전자위치확인제도(전자팔찌)' 법안을 발의했지만 "인권침해이자 가중처벌"이라는 인권단체들의 반발로 현재까지 국회 법사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한편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성범죄자들의 행동을 제한하고 늘 감시할 수 있는 법안을 주민 투표에 부치기로 했다. 핵심은 성범죄자들로 하여금 도심 지역에 거주하지 못하게 하면서 이동상황을 체크할 수 있는 전자 족쇄를 평생 채운다는 것.

미국 미시시피주도 성폭력 범죄자 가운데 기결수의 이름과 얼굴을 주에서 관리하는 고속도로 주변에 설치된 광고판을 통해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사진: 21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이 성폭력범 처벌을 위한 전자팔찌법 통과를 요구하며 1인시위를 하고 있다. 김영욱기자 mirage@msnet.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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