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불법주차 두고는 버스개편 성공못해"

20일 오전 수성구 상동시장. 상동교 방면으로 향하던 349번 시내버스가 꼼짝없이 멈춰섰다. 좁은 도로 양방향으로 빼곡히 늘어선 불법 주·정차 차량 때문이었다.

불과 200m 남짓한 구간을 빠져 나오는데 걸린 시간이 무려 10분. 버스는 아슬아슬하게 상동교로 빠져나왔다.

"잘 보셨죠? 시내버스 노선 개편의 성공 여부가 여기에 달려 있습니다."

23년 경력의 버스기사 윤기성(52) 씨. 그가 취재차 동승한 기자에게 명쾌하게 내놓은 버스 노선 개편의 성공 해답은 다름아닌 '강력한 불법 주·정차 단속'. 이 정도는 예사입니다. 버스 정류장에 차량들이 주·정차돼 있으면 시민들은 버스를 타기 위해 차 사이를 비집고 도로로 뛰쳐나옵니다. 운전하는 제가 아찔할 정도지요. 시민들의 안전과 시내버스의 정시성을 지키려면 강력한 단속 외에는 대안이 없습니다."

버스가 반월당역에 도착하자 한 시각장애인의 다급한 외침이 들렸다.

"동부정류장 갑니까?"

"안갑니다."

"큰일났네요. 노선도를 볼 수도 없고 휴대전화도 없는데, 방법이 없을까요?"

윤씨는 정류장 옆에 서 있던 20대 여성에게 종합상황실로 전화해 달라고 부탁한 뒤에야 버스를 출발시켰다. 그는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대구시의 홍보가 부족했다고 말했다.

"젊은 사람들이야 인터넷이나 매스컴을 통해서 알 수 있지만 노인들이나 장애인들은 발만 동동 구르거나 없어진 노선을 무작정 기다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행 초기 혼란을 피할 순 없겠지만 저런 사람들을 위한 배려가 절실합니다."

4차로를 달리던 버스 앞으로 갑자기 승용차 두 대가 끼어들었다. 윤씨가 꺼내든 또 하나의 성공 열쇠는 '운전자들의 의식 변화'.

"버스 기사들의 무사고 운행률이 낮은 것은 승객들의 안전을 먼저 챙기기 때문입니다. 버스는 덩치가 크기 때문에 살짝 브레이크를 밟아도 승객들이 크게 휘청거리게 됩니다. 안전사고의 위험이 굉장히 높아요."

타인을 생각하는 마음. 불법 주·정차 문제도 결국은 같은 곳에서 출발한다고 했다.

윤씨는 "앞으로 노선을 수정할 때는 버스 기사들의 의견도 반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분석도 좋지만 20년이 넘은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노하우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

그는 "어느 지점에서 어떤 승객들이 주로 타는지, 어떤 노선이 좀 더 시민들에게 편리한 지에 대한 기사들의 의견도 들어달라"고 덧붙였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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