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법원 '악질 아동 성범죄자' 중형 선고

사안별 실형·집유…아동범죄 특성상 증거확보 어려울 때 무죄

초등학생을 성추행하고 살해한 김모(53)씨 사건을 계기로 아동 성범죄자에 대한 법원 판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원은 상습 성추행을 하거나 범행을 일관되게 부인하는 '악질'적 범죄자에게는중형을 내린 사례가 많았다.

반면 아동 대상 범죄의 특성상 피해자의 진술이 확실한 증거로 채택되기 어려운경우도 많아 무죄나 집행유예가 선고된 전례도 종종 있었다.

◇'비열한 성범죄자' 중형 = 상습적으로 아동을 성폭행하거나 범행 후에도 부인으로 일관해 피해자에게 씻을 수 없는 아픔을 준 피고인은 거의 예외없이 준엄한 심판을 받았다.대법원은 지난해 4월 10여명의 아동을 3년여 간 성추행해 1심에서 징역 15년을선고받은 박모(34)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1심 재판부인 인천지법 형사3부는 "박씨의 범행들은 'OO빌라가 어디냐. 같이 찾아보자'는 식으로 피해자들의 순진한 마음을 이용해 유인하고 강간하거나 추행한 것으로 범행방법이 매우 비열하고 결과도 무겁다"고 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동종 범죄로 징역 7년을 선고받아 복역한 후에도 다시 엄청난 범행을 저질렀고 성욕의 대상으로 희생된 어린 피해자가 10명에 이르는 점, 중형이 예상되자 정신병을 주장하는 등 잘못을 뉘우치는 반성의 빛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중형을 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지난달 27일에는 초등학교 2학년 여아를 성폭행한 혐의로 2004년 기소돼 징역 3년이 선고된 이모(30)씨의 상고를 기각해 원심을 확정했다. 1·2심 재판부는 이씨는 10여년 전에도 동네 여자 어린이를 추행했다가 합의금을 주고 무마한 전력이 있는데다 피해자가 동네에서 '변태'라는 별명을 가진 이씨를 정확히 지목한 점을 토대로 피해자의 진술을 직접증거로 채택했다.

서울고법 형사7부는 지난해 10월 항소심에서 "피고인은 방어능력이 부족한 만 8 세의 피해자를 간음해 죄질이 불량하고 범행을 부인해 피해자가 여러 차례 당시 상황을 반복해 진술함으로써 정신적인 충격을 가중시켰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아동 성폭행 판결 엇갈리는 경향 = 아동 성폭행·추행에 대한 법원 판단은 사안에 따라 많이 엇갈린다. 외견상 비슷한 사안도 피고인의 동종 전과나 범행 정도, 반성의 기미, 피해자와합의 여부 등에 따라 실형이 선고되기도 하고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사례도 있다.

아동 피해자의 특성상 성인과 같은 기억력을 기대하기 어려운 한계 때문에 진술이 번복될 경우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봐야 한다는 형사소송법 원칙에 따라 무죄가 내려지기도 한다.

서울북부지법은 지난해 1월 놀이터에서 5세 여아 2명과 8세 여아 2명을 각각 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강모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서울서부지법은 4세 여아를 추행한 문모씨에게 '중형이 마땅하나 전과가 없으며잘못을 뉘우치는 점 등을 감안한다'며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서울고법은 2004년 친딸과 아들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에게 징역 3 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아동 진술의 특수성을 고려한다고 해도 피해자들이 명확한 기억을 하지 못한 채 진술을 번복하고 있어 실제 경험한 사실을 있는 그대로 자의에 따라 진술하고 있다고 보기에는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전주지법은 2004년 입적한 14세 딸을 상습 성폭행한 S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확신을 갖게 하는 엄격한 증거에 의해야 하는 것이고 이런 증거가 없다면 설사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해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초등학생을 성추행하고 살해한 김모(53)씨는 지난해 자신의 신발가게에 들어온 여아(당시 만3세)를 성추행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김씨에게 동종 전과가 없고 추행 정도가 심하지 않아 이같이 선고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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