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호남 지역은 폭설 피해로 재해 지역이 된 반면 안동을 비롯한 영남 지역은 건조 경보가 발령될 정도로 가뭄이 심했다.
연평균 강수량이 1천283㎜로 양호한 편인 우리나라도 UN이 정한 물 부족 국가에 속해 있다. 강수량의 3분의 2가 장마철인 6~9월에 집중적으로 내려 실제 이용 가능한 수자원이 매우 부족한 까닭이다. 또한 매년 홍수와 가뭄이 되풀이되고 유량변동계수 역시 유럽 수치의 10배에 달할 정도로 높기 때문에 효율적인 물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엘니뇨, 라니냐 현상 등으로 인해 기상 이변이 속출하면서 물의 이용 및 관리가 더욱더 어려운 실정이다.
이는 세계 수자원의 부족과 불균형을 가속화하고 있다. 따라서 재해가 대형화'다양화됨에 따라 물 관리 정책의 방향과 전략을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 댐의 규모와 시설은 대형화된 재해에 대처하기엔 역부족이다. 따라서 댐 역시 대형화'다각화하는 방향으로 변화하여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댐의 어두운 뒷면(역기능) 또한 동전의 양면과 같이 '댐'이라는 이미지에 혼재하여 왔다. 과거 군부 독재 시절, 경제 성장이라는 미명하에 국토가 대대적으로 재편성되는 가운데 소양강댐을 비롯한 다수의 댐이 밀어붙이기 식으로 건설되었다. 당시 댐 지역 주민들은 어쩔 수 없이 고향을 떠나야 했고 이들의 아픔은 현재까지도 치유되지 못한 채 회한으로 남아 있다. 또한 댐으로 인한 피해보상 요구에 국가가 적극적인 해결 노력을 보이지 않음에 따라 주민들의 섭섭함 역시 날로 커져 가고 있다. 다 같이 잘 살기 위해 건설된 댐의 수혜는 댐 하류 지역에 국한되어 있으며, 정작 주변 지역은 자연환경보전지역 지정 등으로 재산권 행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지역 사회의 개발 및 경제 발전이 원활하지 못한 실정이다. 이는 지역 간 경제적 격차를 유발하는 장벽이 됨과 동시에 주민의 상대적 불평등과 박탈감을 심화시키는 원인이다.
뿐만 아니라 우여곡절 끝에 지어진 댐도 완성이 된 후에는 지역 주민에게 등을 돌리는 등 그간의 정책은 댐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켰다.
이처럼 댐의 단면을 볼 때, 댐과 지역 사회는 영원히 평행선을 달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댐도 이제 모습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소외되어 왔던 지역민과 지역 사회로 고개를 돌리고 모든 정책의 중심을 소외 지역으로 옮기고 있는 것이다.
우선 낙후 지역의 경제 발전 및 생활 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댐 주변 지역 지원 사업을 시행하여 도로'교량'수도 시설 등을 정비하고 있다. 특히 올해 신규 개설된 주민 생활 지원 사업은 그동안의 간접적인 지원 방식에서 벗어나 장애인'홀몸노인을 위한 방문 도우미 사업과 같이 지역 주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차원으로 확대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들은 비교적 최근에 시행되어 그 역사가 짧다. 수십 년간 등을 돌려 왔던 주민들이 단기간의 노력으로 한 번에 돌아서기를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주민이 댐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양자가 화해하기 위해서는, 댐의 정책이 보다 주민 편의적이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주민을 단순한 수혜 대상이 아니라 댐 정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구성원으로 재인식할 필요가 있다. 안동댐은 올해 댐 준공 이후 3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지역 주민들을 직접 찾아가서 공사 주요 업무 현황을 설명하고 주민들의 질의 및 건의 사항을 토의하는 '사랑방 좌담회'를 개최, 주민들로부터 상당한 호응을 얻어 냈다. 주민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댐은 지역 사회를 무시한 채 홀로 존재할 수 없다. 주민들의 협조와 참여가 기반이 될 때 댐은 지역 사회의 진정한 구성원으로 거듭날 수 있다. 협력을 이끌어 내기 위한 시도는 간과하고 지역 사회가 댐으로 다가오기를 마냥 기다리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댐이 지역민과 지역 사회를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변화해야 그들 역시 닫힌 마음을 서서히 열 것이다. 지역 주민과의 거리를 한 발 한 발 좁히는 노력을 지속한다면 댐은 증오와 편견의 대상에서 벗어나 지역 사회의 참된 동반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안동댐관리팀장 안승수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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