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이자 언론인이었던 이병주의 '소설 알렉산드리아'는 사형수(死刑囚)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그의 등단작이자 출세작인 이 소설은 사형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돼 13년 복역하다 또 다른 범죄 사실이 밝혀져 사형되고 마는 한 사상범을 조명했다. 그 죄수는 교수형 집행을 앞두고 '나는 이왕 당하게 됐으니 할 수 없지만 내 뒤엔 다시 이렇게 참혹한 일이 없도록 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다. 하지만 그가 할 말을 제대로 할 수 있었겠는가.
◇사형수는 매일 죽었다 살아나는 목숨과도 같다. 사형 선고를 받고 집행 날짜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아침마다 복도를 지나가는 교도관의 구둣발 소리만 들어도 신경이 날카로워질 수밖에 없을 게다. 게다가 누명을 쓰고 있거나 무고한 생명의 경우는 그 심정이 어떠할까. 우리나라에서도 '문민정부' 말기인 1997년 사형 집행 이후 지금까지 단 한 건의 집행도 없었다. 그간 이 제도를 없애야 한다는 여론도 종교계를 비롯해 만만찮았다.
◇법무부가 사형 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감형이나 가석방이 안 되는 '절대적 종신형(終身刑)' 도입 방안을 중장기 과제로 추진하기로 했다. 앞으로 독일'프랑스 등 사형 제도를 폐지한 나라에서 강력 범죄가 일어나는 통계를 분석해 이 제도 도입에 대한 타당성을 연구할 방침인 모양이다. 이어 이 연구 성과를 토대로 국회에 계류 중인 '사형 특별 법안'의 국회 심의를 지원할 움직임이라고도 한다.
◇법무부는 과거 국가 권력이 저지른 인권 침해, 불법 행위와 관련해서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상 규명 활동에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와 함께 교도소에 수감된 일부 수형자에게 선거권을 주는 방안도 추진할 모양이다. 지난해 4월엔 국가인권위원회가 사형제 폐지 입장을 국회에 전달했으나 여태 잠자 왔다.
◇인간의 생명권을 박탈하는 사형은 그 어떤 구실과 명목에도 '반문명적 범죄 행위'라고 보는 견해에 공감이다. 더구나 정적(政敵) 제거 등의 목적으로 악용될 수 있으며, 오심(誤審)으로 무고한 생명이 희생되는 비극을 낳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인혁당 사건 연루자 조봉암도 그 한 예지만, 멀쩡한 사람들을 원귀(寃鬼)로 만들어 버리기도 했던 우리의 '사법 살인사'는 사형제 폐지의 당위성을 말하고 있지 않은가.
이태수 논설주간 tspoet@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국정원, 中 업체 매일신문 등 국내 언론사 도용 가짜 사이트 포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