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감시카메라 전성시대 "꼼짝마라" 찰~칵

지난해 9월 인적이 뜸한 새벽에 종량제 봉투에 넣지 않은 쓰레기를 북구 노원동 집 부근 골목길에 버린 한 50대 주부. 다음 날 오전 북구청으로부터 '쓰레기를 투기했으니 10만 원의 과태료를 내세요'라고 걸려온 전화를 받고 기절할 뻔했다. 잡아뗄 수가 없었다. 쓰레기 버리는 장면을 찍은 사진이 있다는 것이다.

바야흐로 감시카메라 '전성시대'다. 쓰레기 투기를 막기 위한, 도둑을 잡기 위한 '감시의 눈'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감시카메라 '봇물'= 대구의 동네 골목에 감시카메라가 등장한 것은 꼭 2년 전인 2004년 2월이었다. 하지만 10대 중 9대가 녹화기능 없는 엄포용이었다. 때문에 '공갈용이 많다'는 소식이 삽시간에 번졌다. 담당 공무원들은 "귀신같이 가짜를 알아보고 쓰레기를 내다 버린다"고 혀를 내둘렀다.

그러나 2년 만에 상황이 바뀌었다. 7개 구청(달성군 제외)에 따르면 도입 당시 진짜 카메라는 모두 60대 가운데 12대뿐이었지만 지난해엔 84대(설치대수 160대)까지 늘어났다. 4대였던 수성구가 28대로 가장 많이 늘어났고, 서구청은 14대 모두를 진짜로만 설치했다.

이에 따라 2003년 9천389건에 달했던 쓰레기 불법투기 과태료 부과건수는 감시카메라를 설치하고 진짜 비중을 늘린 이후 2004년 8천192건, 지난해 7천287건으로 감소, '카메라 효과'를 톡톡히 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엔 달서구 본리동·송현동·호산동·두류동 일대에 방범용 감시카메라 6대까지 새로 설치됐다. 원룸·주택 밀집지는 차량방화, 빈집털이가 잇따르고 있지만 경찰 순찰만으로는 방범 활동에 한계 상황을 맞은 것. 사생활 침해 논란에도 불구하고 주민 3분의 2가 카메라 설치에 동의했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대구의 방범용 감시카메라는 달서구, 동구, 북구, 수성구 일대 36대. 지난 2004년 차량방화에 대비, 설치된 달서구 감삼동 4대가 시초다. 이후 지난해에만 29대가 새로 설치됐다. 달서구 10대, 동구 3대, 북구 18대, 수성구 8대 등이다.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범죄 사전 예방에 큰 효과를 보고 있다"고 했다.

◆진화하는 감시카메라= 북구청은 지난해 8월 대구에선 처음으로 웹 방식의 새 단속 시스템을 도입했다. 기존 카메라는 하루에 한 번씩 테이프를 꺼내 판독해야 하는데, 이렇게 하다 보니 쓰레기를 버린 지 한참이 흐르면 '범인' 찾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는 것.

담당 공무원들은 "순전히 동네 탐문에 의존해 범인을 추적해야 하지만 가까운 이웃들은 서로 숨겨주기 일색"이라며 "사물이 뚜렷하지 않은 새벽에는 인상착의 파악조차 쉽지 않아 적발이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웹 방식은 이를 해결하고 있다. 이 방식을 적용하면 쓰레기 감시카메라를 설치한 7개 지역의 세부 화면이 구청 상황실 모니터에 실시간으로 들어온다. 마이크와 이어폰이 달린 송수신장비를 착용한 전담요원들은 쓰레기 투기꾼들을 발견한 즉시 해당 지역 감시카메라의 스피커 메뉴를 클릭, 경고 방송을 내보낸다. 깜짝 놀란 투기꾼들이 슬며시 쓰레기를 가지고 돌아가는 장면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래도 쓰레기를 버리면 즉시 출동해 과태료를 부과한다.

대구의 카메라가 한 방향만 비출 수 있는 고정식인 반면, 경북 일부지역에서는 회전기능을 갖춘 최신형까지 설치되고 있다. 지난해 말 포항 북구 죽도동 오거리 한 8층건물 옥상엔 첨단 카메라 4대가 설치됐다. 360° 회전은 기본에다 22배 줌 기능을 갖췄고 야간촬영도 가능하다.

포항시청 윤기태 담당은 "쓰레기 불법투기가 몰라보게 줄어들었다"고 했다. 반면 대구의 감시카메라들은 모두 고정식. 한 방향으로만 작동해 사각이 너무 많고 이런 허점을 노린 투기꾼들이 쓰레기 투기를 멈추지 않고 있다.

◆"주민들이 팔 걷었다"= 북구 대현 1동. 이곳엔 한일미디어 이종화 사장이 지난해 11월 기증한 방범용 감시카메라 16대가 달려 있다. 대구시내 방범용 카메라 대수의 절반 가까이가 한 동네에 밀집해 있는 것.

대현동은 주택이 많아 차량방화, 빈집털이가 빈발하는 곳. 경찰 인력이 모자라 주민들 불안감이 심했다.

자율방범대원으로 활약하는 이 사장은 "재정 부족에 시달리는 행정기관과 경찰을 대신해 주민들이 직접 나선 것"이라며 "방범카메라 설치 이후 범죄 발생 빈도가 몰라보게 줄어들었다"고 했다.

구미에서는 사기업이 자체 비용으로 감시카메라를 설치했다. 구미 공단2동 (주)제원화섬은 공장 옆 도로가에 쓰레기 불법투기가 넘쳐나면서 지난 10월부터 무인감시카메라(CCTV)를 설치했다. 이곳 윤경상 총무 차장은 "행정 기관에서는 돈 때문에 난색을 표해 자체 비용 320만 원을 들였다"며 "설치 두 달 만에 쓰레기가 완전히 사라져 지금은 방범용으로 용도를 바꿨다"고 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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