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임 추기경 문장 어떻게 바뀌나

紋章 '술' 최소 5단으로

가톨릭 주교들은 저마다 하나씩의 고유한 문장(紋章)을 가진다. 이들은 문장을 교좌에 새겨 넣거나 자신의 이름으로 발표되는 서한이나 서류에 넣어 자신의 권위를 나타낸다.

문장은 원래 중세 시대 유럽의 귀족들이 자신의 가문을 표시하던 상징. 당시 지방 영주를 겸했던 주교들도 약 800년 전부터 이 전통을 받아들였다.

주교들이 자신의 신앙과 철학을 드러내기 위해 사용하는 문장에는 출신지역이나 사목 지역, 사목 목표 등을 나타내는 상징이 숨어 있다. 문장은 보통 상단의 모자와 가운데 방패, 그리고 그 사이의 십자가, 양옆의 술(띠나 보 등의 둘레나 끝에 장식으로 다는 여러 가닥의 실), 맨 아래의 사목표어로 구성된다.

모자는 목자(牧者)들이 쓰던 것의 변형으로, 주교가 교구를 방문할 때 전통적으로 쓰고 다니던 것이다. 정 추기경(서울대교구장)이 대주교 때 사용한 문장에는 왼편에 세 개의 별이 새겨져 있는데, 가운데 큰 별은 나라 전체를, 좌우의 별은 서울(남한)과 평양(북한)을 상징한다. 무궁화도 우리나라를 나타낸다.

칼은 온갖 불의에 항거하는 정의를 나타내며, 비둘기는 성령의 상징이다. 사목표어로 설정한 '모든 이에 모든 것이(Omnibus Omnia)'는 사도 바오로의 서한에서 뽑은 것으로, 교구장의 사목 지침이 나타나 있다.

양옆의 술은 직위를 나타내는데, 술이 3단이면 주교, 4단이면 대주교, 5단이면 추기경이다. 교황은 술이 없는 대신 예수가 제자인 성(聖) 베드로에게 준 권위와 힘을 상징하는 두 개의 열쇠가 있다. 정 서울대교구장이 추기경으로 서임되면서 문장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최소한 술이 기존 4단에서 5단으로 늘어난다.

서울대교구 관계자는 "정 추기경님이 교회법에 누구보다 뛰어난 분이셔서 이에 맞게 문장을 바꾸실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일부만 바꾸실지 아니면 전체적으로 바꾸실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으셨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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